AI 시대, 진정 필요한 교육은 [현장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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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인 부산교사노조 정책실장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의 발전’. 몇 년 사이 상당히 익숙해졌지만 공교육에서 이 화두를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활지도와 더불어 교사의 본질 업무인 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교사라는 직업 자체의 성격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교사 스스로 세상의 변화를 경험하고 공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공교육에서의 기대와 우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교육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학업 수준, 관심 분야, 흥미를 느끼는 요소 등 모든 것이 다른 학습자들이 한 교실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훌륭한 보조 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학습자의 기초지식 습득 수준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서 효용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에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활동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구성되는 양적·질적 수준이 점점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작곡, 글쓰기, 각종 예술활동 등 학습자의 생각을 펼치는 데 필요한 여러 수고를 덜어주는 것 역시 학업 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수업 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려면 학생들에 대한 디지털기기 사용 지도와 통제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난점이다. 겉으로만 자기주도학습이고 실질적으로는 검색 결과나 인공지능이 이끄는 대로만 따라가면서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현상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어려운 고민의 과정 없이 명쾌한 해설만 제공하는 콘텐츠들은 스스로 사색하고, 답을 찾아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 어렵게 한다. 디지털 윤리 의식 지체 현상도 고민이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에 반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윤리 수준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인공지능은 가만히 있어도 장밋빛 미래를 제공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을 극복하는 좋은 도구로 역할을 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비롯해 오히려 사회의 위험 요소로 작동하거나, 오히려 기존 아날로그 교육의 강점을 희석시키는 영역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결국 현장 교사의 몫이다. 학생이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고민해 만드는 활동을 하게 하고,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겪어보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 사고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주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필요한 교육을 위해 노력한다면 학생과 교사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는 교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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