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충격에 원화 실질가치 ‘뚝’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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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 번째로 약해져
64개국 중 日 엔화 이어 최저
월간 하락 폭 레고랜드 이후 최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비상계엄 충격에 원화 실질 가치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64개국 중 일본 엔화에 이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1.0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1.99포인트(P) 하락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이는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에서는 한국이 극심한 엔화 약세를 겪는 일본(71.3)에 이어 두 번째로 절대적인 수치가 낮은 상태다. 또 지난해 12월 중 한국의 변동 폭(-1.99P)은 브라질(-3.94P), 오스트레일리아(-2.37P)에 이어 전체 64개국 중 세 번째로 컸다. 아울러 이는 지난 2022년 9월(-2.92P)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기도 했다. 당시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때다.

미국 경기 호조로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흐름이 수년간 지속됐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들어 95선 아래로 내려온 지수는 10~11월 93을 웃돌다가 12월 들어 계엄 사태를 계기로 90 초반대까지 뚝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중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로,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화(-6.4%)에 이어 주요 30개국 통화 중 두 번째로 큰 폭의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유독 크게 떨어진 것은 상당 부분 정치 불확실성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에 비해 더 오른 걸로 분석된다”고 언급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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