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채무조정자 ‘역대 최다’, 고령층 4년 새 83% 급증 (종합)
재작년 16만 명 이어 17만 5000명
개인 워크아웃 9만 명 넘어서
60대 이상 자영업자 증가율↑
서민 부채 부담 당분간 지속될 듯
채무조정(신용회복) 절차를 밟는 서민이 작년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빚 부담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지연과 빚 부담 심화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작년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17만 4841명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지난 2020~2022년 11만~12만 명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2023년 16만 명대로 급증한 데 이어 작년에도 증가세가 유지됐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연체기간 등에 따라 신속채무조정(연체기간 1개월 미만), 프리워크아웃(1~3개월), 개인워크아웃(3개월 이상)으로 구분된다.
제도별로 살펴보면 장기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워크아웃 확정자가 작년 9만 3366명으로, 처음으로 9만 명대를 돌파했다. 개인워크아웃 확정자 규모는 2020~2023년 줄곧 8만 명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의 증가세가 확연했다.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는 2020년 1만 4210명에서 작년 2만 5949명으로 82.6% 늘었는데, 이는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20대는 54.8% 증가했으며 30대는 46.7%, 40대는 43.1%, 50대는 46.9% 증가했다.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 증가세도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대출 잔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 348조 369억 원에서 약 1년 만에 22조 8667억 원(6.6%)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층 대출 증가율이 0.2%에 그친 가운데, 60대만 유독 대출 규모가 커졌다.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인 고령층 다중채무자도 증가세다. 50·60대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95만 7971명(47.1%)으로, 2명 중 1명꼴이 한계 문턱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이 통상 20·30대에 비해 재취업 등 재기 기회가 적은 데다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내수부진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어 이들의 빚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가 급증한 현상은 고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정책을 마련해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여파는 취약계층은 물론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3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1분기(1.7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득 자영업자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04%로, 역시 2015년 1분기(4.76%)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