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 대한 기자적 관심을 소설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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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31년째 강동수 소설가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출간
입양아 문제 차기작 준비 중


강동수 소설가는 지난해 연말 새 소설집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을 냈다. 강동수 제공 강동수 소설가는 지난해 연말 새 소설집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을 냈다. 강동수 제공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고 올해로 등단 31년을 맞은 강동수 소설가가 지난해 연말 새 소설집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도서출판 강)을 냈다. 한국 문단에는 이문열, 김훈, 장강명 등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들이 눈에 띈다. 강 소설가는 바쁜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소설가 일을 병행했다.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역시 기자가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신문사를 나온 뒤에는 대학교 강단에 서기도 했고, 부산문화재단 대표로 문화행정도 경험했다. 소설 이야기를 물어 보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요즘 세상 이야기도 듣고 싶어 만남을 청했다.

사람들은 기자 일을 하면 소설 감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에 대해 강 소설가는 “기자가 듣는 이야기 거리가 적지는 않지만 막상 소설을 쓰려면 쓸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대신 스토리를 좀 바꾸면 소설 감이 되겠구나 하는 뉴스가 눈에 띄는 면에서는 기자가 유리하단다. 늘상 사회적인 문제에 안테나를 세우는 기자의 감각이 소설가의 촉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표제작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은 예술하는 사람들의 허위 의식에 대해 쓴 글이라고 했다. 주인공인 한산필의 음악감독이자 지휘자인 공 마에는 몇 년 전 기사에서 본 한 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자꾸 연상이 됐다. ‘노다지’는 탈북자가 북한에 재입국했다는 뉴스와 대구 동화사 밑에 금괴가 파묻혀 있는 것 같다는 뉴스에 착안해 만들어진 가공의 이야기다. ‘도롱뇽의 꿈’에는 해운대 엘시티 같은 고층 건물을 기어오르는 ‘빌더링’이 취미인 소년이 나온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외국인 남성 2명이 엘시티 99층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린 일이 실제로 있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자전적 내용을 다룬 ‘집’이 가장 반응이 좋다고 했다. 어렵게 세를 살다 집주인이 되자 어머니는 180도로 달라지지만, 끝내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는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다. 강 소설가는 “어릴 때 겪었던 경험 그대로여서 줄줄 쓰기만 하면 됐다. 춥고, 신산하고, 고생했던 유년기 이야기를 장편으로 다시 써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강동수 소설가는 지난해 가을 한 달간 유럽 취재 겸 여행을 다녀왔다. 강동수 제공 강동수 소설가는 지난해 가을 한 달간 유럽 취재 겸 여행을 다녀왔다. 강동수 제공

‘올레에서 만난 사람’에는 루게릭병으로 죽은 친구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쓰고 싶어 했다. 누가 봐도 정태규 소설가 이야기였다. 강 소설가는 “문학 담당 기자와 소설가로 만난 우린 첫날부터 죽이 잘 맞았다. 형은 맥주밖에 안 마셨다. 형이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다”라고 그를 회상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자 세상을 떠나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가 “글을 쓴다는 것이야말로 칼날 위의 숭어뜀이 아닌가. 언제 어떻게 삐끗해서 베일지 모르는 거니까”라고 말하는 대목은 중의적이었다.

강 소설가는 최근의 계엄령 선포 이후 가수 나훈아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관심을 모았다. 그는 “예술가나 연예인도 정치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으나 때와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 음악을 들으러 온 팬들 앞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불리는 남미의 우화 스타일로 소설을 쓰면 흥미로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소설가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입양아 수출 세계 3위다. 하지만 국제 입양아 문제를 제대로 다룬 장편 소설이 아직 없다. 그걸 쓰려고 작년 가을에 유럽 취재 겸 여행을 한 달간 다녀왔다”라고 덧붙였다. 마침내 백수가 되고 난 지금부터 강동수의 소설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표지.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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