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인간 욕망의 역사 ‘불로장생’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손은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양팀장·동남권항노화의학회 식품영양이사

역사 속 왕들의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계속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 원정 중 ‘생명의 강(River of Immortality)’을 찾아 나섰다는 이야기는 이를 대표하는 전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실패로 끝났고, 이는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보여 주는 상징으로 해석되곤 한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장수를 위해 의술과 약초를 적극 활용했으며, 연금술사와 의사들을 고용해 생명 연장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일본의 천황들 역시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거나 약초를 복용한 사례가 다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불로장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중국의 첫 황제 진시황이다. 그는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구축한 군주로, 자신의 권력과 업적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불로장생을 가능케 하는 약초, 이른바 ‘불로초’를 찾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진시황은 각지에서 신선과 도사를 불러들였으며, 바다 건너 신비로운 섬에 불로초가 있다는 소문을 믿고 사신을 파견했다. 이 과정에서 서복(徐福)이라는 도사가 등장한다. 그는 젊은 남녀 수천 명과 함께 바다를 건너 불로초를 찾아 떠났으며, 일부 전설에서는 서복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신화 속 장수와 관련된 약초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지 못한 채 도사들이 만든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다. 이 약물은 도교 연단술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종종 수은(Hg)과 같은 유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수은은 신비한 금속으로 여겨져 불로장생에 효과가 있다고 믿어졌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독성 물질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약물 복용은 진시황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그의 생명을 단축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은 자신의 마지막 순행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며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 원인은 병으로 기록되었지만, 장기간의 무리한 불로초 탐색과 연단술 약물 복용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권력과 생명을 영원히 유지하고자 했던 그의 집착이 오히려 죽음을 앞당긴 셈이다.

오늘날에도 불로장생과 수명 연장은 여전히 인간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약물 개발, 세포 재생 치료법 등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실질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명 연장 연구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거나, 자원의 불균형적 분배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윤리적 논란을 수반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발전을 이뤄 왔다. 하지만 진시황의 예처럼, 과도한 욕망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AI, 유전자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오늘날, 불확실성이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인간 욕망의 한계와 그로 인해 초래될 책임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에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