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 “힘든 현실 잊게 하는 작품이길”
처음 액션 시리즈 연출 도전
원작 웹툰 만화적인 느낌 살려
3개월 간 오디션… 신인 발굴
“학폭·일진 미화 않으려 노력”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통쾌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힘든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청량제 같은 작품이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을 만든 이장훈 감독은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11일 오전 기준 티빙 시리즈 순위 2위에 올라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원작 웹툰을 보고 그 매력에 끌려 대본도 없는 상태에서 연출을 맡기로 했다”며 “웹툰을 보면서 느꼈던 쾌감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이른바 ‘똥통 학교’로 불리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윤가민의 대입 도전기를 그린다. 공부 머리는 없지만, 주먹을 타고난 주인공은 ‘공부 외길’을 가려고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학교 싸움 서열을 뒤흔든다. 가민이 사물함을 열면 싸움을 걸어오던 친구가 알아서 사물함 문에 맞아 쓰러지고, 쌍절곤 운동을 하다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는 식이다. 이 감독은 “단순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좋았다”며 “웹툰 팬들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화적인 느낌도 살리려고 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분위기뿐 아니라 이야기의 골조도 원작과 비슷하게 가져왔다고 했다. 다만 학원물의 약점으로 꼽히는 이른바 폭력과 ‘일진 미화’를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신경 썼단다. 그는 “학원물을 볼 때 제일 힘든 게 피해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부분”이라면서 “너무 있을 법한 이야기로 보여주기보다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살려서 (시청자들이) 한 발짝 떨어져 관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학원물이 주는 메시지를 우리 작품에서 어설프게 전하고 싶진 않았어요. 청소년 문제를 고발한다던가 사회를 풍자하는 것 같은 것들이요. 다만 폭력이 아니어도 학교와 학생이 변화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의미보다 재미를 찾는 사람이라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 재미를 살리려고 했어요.”
출연 배우 상당수를 신인으로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감독은 윤가민의 스터디그룹 친구들과 이를 훼방 놓으려는 교내 폭력 세력 등 약 40여 명을 모두 공개 오디션으로 뽑았다.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3개월 정도 오디션을 봤다”며 “배우를 캐릭터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깨끗한 도화지 같은 배우를 뽑아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 웹툰 팬들도 싱크로율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나 역시도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주인공 가민을 연기한 황민현 배우의 싱크로율이 좋다. 그를 보면 어딘지 모르게 ‘똘끼’ 있는 주인공과 너무 닮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기적’ 등 주로 서정적인 작품으로 대중을 만났던 이 감독은 ‘스터디그룹’으로 처음 액션 장르 연출에 도전했다. 감독은 “보는 분들이 지루하지 않게 액션마다 다른 콘셉트를 주려고 했다”며 “액션을 해야 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아서 전체적인 합이나 부상 방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는 연출할 때 가장 어려웠던 액션으로 ‘쌍절곤 액션’을 꼽으면서도 “황민현 배우가 쌍절곤을 잘해서 다행이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에 액션을 해봤으니 로맨스와 액션, 스릴러를 잘 버무린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어떤 장르든 (시청자들이) 제 작품을 보고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