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집단 퇴장·여당 전원 찬성…통영 파크골프장 본궤도 오른다
토지 취득 계획안 19일 본회의 상정
민주당 “상임위 날치기, 재심의” 요구
배도수 의장 상정 강행에 ‘집단 퇴장’
국민의힘 의원 9명 투표, 전원 찬성
속보=과도한 재정 투입과 특혜 시비로 갈팡질팡하던 경남 통영시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부산일보 2월 18일 자 11면 등 보도)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유지 취득 안건이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야당이 상임위원회 통과 과정에 불거진 ‘절차상 하자’ 논란을 이유로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어 실제 사업 착수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영시의회는 19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계획을 담은 ‘2025년도 제1차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여당 단독으로 ‘원안 가결’했다.
개의에 앞서 본회의장 앞에서 ‘날치기 통과 / 노성진 위원장 사퇴’ 팻말을 들고 농성을 벌이다 일부 방청객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개의 이후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안건 상정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한 더불어민주당 최미선 의원은 지난 17일 상임위 안건 처리 과정에 나온 노성진 산업건설위원장의 ‘이의 제기 묵살’ 논란을 되짚으며 노 위원장 사과와 재심의를 요구했다.
당시 노 위원장은 1시간여에 걸친 질의응답이 끝나자 ‘토론 종료’를 선언한 뒤 표결 없이 통과 시켜다. 가결 직전 최 의원이 “이의 있습니다”며 손을 들었지만 노 위원장은 “찬반 투표는 토론 시간에 한다. 토론을 종결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최 의원이 정회를 요청했지만 이마저 거부한 뒤 재차 ‘이의 여부’를 물었고, 별다른 반응이 없자 곧장 가결을 선포했다.
최 의원은 “의결 과정에 이의가 제기된 경우, 토론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의결 절차를 어기며 안건을 가결시킨 건 명백한 의회 민주주의 절차 위반이자 시민의 기본적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당성이 결여된 어설픈 의사 진행으로 시의회 신뢰와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법적 절차와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안건을 재심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계속된 문제 제기에도 배도수 의장은 안건 상정을 강행했고, 이에 반발한 민주당 배윤주 의원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먼저”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어 같은 당 김혜경, 최미선, 정광호 의원 3명도 뒤따라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만 남은 상황에 배 의장은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투표 결과 재석의원 9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 됐다.
집단퇴장 후 의회 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민주당 의원들은 재차 재심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재정자립도가 12%밖에 되지 않는 통영시 여건에 106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충분한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을 갖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라며 “과정과 절차도 무시한 채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의회 폭력이고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으로 106억 원 혈세를 날치기 통과시킨 노성진 위원장은 시민 앞에 사퇴하고 분란을 자초한 천영기 시장과 독단과 독선을 일삼는 배도수 의장은 각성하라”면서 “이제라도 잘못된 의사 결정을 바로잡고 안건을 재심의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은 앞으로 타지역 시·도의회와 연대해 유사 사례를 수집하고 절차상 위법성 따지면서 시민 사회의 공감대 형성에 집중할 계획이라 당분간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추경을 통해 80억 원 상당인 보상비를 확보해야 하고, 도시관리계획(체육시설) 결정과 재해영향성 검토도 거쳐야 한다.
단계마다 시의회와 교감이 필요한데,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지방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특별교부세 확보도 숙제다.
한편, 산양지구 파크골프장은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에 36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애초 통영시는 사유지 4만 7633㎡를 매입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총사업비는 부지매입비 86억 원을 포함해 116억 원, 전액 시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재정자립도가 12.5%에 불과한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사업비 부담이 너무 과한 데다, 시민 공감도 형성도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여기에 공시지가 대비 5배나 비싼 값에 매입하기로 한 땅 중 일부가 천영기 시장 친인척 땅으로 확인되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결국 산건위는 작년 9월 제23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관련 계획안을 표결 끝에 부결했다.
이어 통영시가 ‘사업 철회’를 발표하자 ‘산양읍파크골프장유치추진위원회’를 꾸린 주민들은 사업 재추진을 요구하며 시와 시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천 시장은 올해 초 산양읍 연두순방에서 2월 임시회 때 계획안을 재상정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결된 계획안을 추가 검토나 보완 없이 제출해 야당의 반발을 샀고, 계속된 논란에 임시회 개의 이틀 전 사업 규모를 일부 축소한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수정안은 천영기 시장 이종사촌 땅(4287㎡)을 사업부지에서 제외해 특혜 시비를 차단했다. 이를 통해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를 각각 8억 원, 3억 원 줄여 총사업비를 105억여 원으로 낮췄다. 또 사업 완료 기간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2년 연장하고 정부 특별교부세까지 더해 지방 재정 부담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