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갤러리에서 누리는 호사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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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
‘오후 네 시의 갤러리’ 출간
인문학적 시선 미술 에세이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의 미술 에세이가 출간됐다. 푸른사상 제공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의 미술 에세이가 출간됐다. 푸른사상 제공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 푸른사상 제공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 푸른사상 제공

미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누리는 호사가 있다. 바로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갤러리를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평일 오후 한적한 갤러리에서 자주 혼자만의 전시 감상에 빠질 수 있다. 나의 전시 기사를 보고 갤러리를 찾았다가 그 정도 감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주변 사람들로 인해 집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듯하다. 뭐든 일이 되면 스트레스로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평일 오후 갤러리 전시를 보는 건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평생 소설의 창작과 이론 연구를 한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가 미술 에세이 ‘오후 네시의 갤러리’를 출간했다. 아마도 미술 기자가 느낀 그 특별한 매력을 저자도 오롯이 경험한 모양이다. 사실 문학 전문가인 저자는 오랜 동안 그림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문학과 소설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출간했지만, 작가평전 <바람의 화가 변시지>도 펴낼 정도로 미술에 대한 조예 역시 깊었다.

이번 책은 미술 이론, 이념과 별개로 평화로운 오후 갤러리에서 느껴지는 생각들을 써내려갔다. 단순한 심미적 관점을 넘어 사회와 역사의 맥락에서 조망하려는 비평적 접근이 느껴지는 건 평생 학자로 살아온 저자의 특성과 맞불려 있다. 예술과 사회에 대한 상호성과 독자성을 아우르는 저자의 에세이들은 예술 텍스트가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시대적 담론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첫 장에 소개된 김종영 미술관의 전시장 모습. 푸른사상 제공 첫 장에 소개된 김종영 미술관의 전시장 모습. 푸른사상 제공

‘오후 네 시의 갤러리’ 책 모습. 푸른 사상 제공 ‘오후 네 시의 갤러리’ 책 모습. 푸른 사상 제공

장욱진 김종영 변시지 송수남 이왈종에서부터 오수환 강요배 임옥상 손상기 박노련 임만혁 윤길중 김은영 백순실 민병헌 김원숙 김호득에 이르기까지 20여 국내작가의 갤러리 순례기가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저자는 “오후 네 시의 갤러리는 한산하다. 문을 닫기에는 이르고 관람객은 더 들지 않을 것 같은 시간, 그래서 늘 늦은 관람객의 평화와 자유가 있다. 길을 걷다가 문득, 혹은 근처에 일을 마치고 허전하고 섭섭하여 발길을 돌려본 그곳, 은밀하게 스며든 그 공간에는 이미 내가 꿈꾸어 온 것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하고 싶었던 그림이 문학으로 바뀌었고 작업실보다는 강의실에서 보낸 나의 이력은 모두 미완의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그림에 대한 나의 그리움과 허기의 흔적들이다”라고 소개했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대부분 한국 미술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들이지만 그 중에는 유명세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꼭 소개하고 싶었던 저자의 추천 작가들도 있다. 이렇게 좋은 작가들이 많았나 싶고 저자를 통해 알게 된 작가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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