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된 유통업, 이마트·스타벅스는 몸집 더 키운다
신세계 정용진 회장 취임 1주년
이마트 신규 점포 3곳 이상 확보
스타벅스는 100곳가량 늘리기로
G마켓, 중국계 합작법인 설립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성장 드라이브’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8일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그룹 전반에서 고강도 혁신에 매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성장의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복안이다.
5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의 올해 경영 방침은 성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성장 전략은 ‘투 트랙’으로 나뉜다. 이마트와 스타벅스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시장 지배력 구축에 나선다.
■이마트·스타벅스 외연 확대
정 회장이 지난해 부실 요소를 덜어내는 데 힘쓴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건설 등의 사업군은 올해 완전한 경영 정상화의 기틀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성장의 선봉장은 그룹의 주력인 이마트가 맡는다.
이마트는 지난달 문을 연 마곡점에 이어 상반기 중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하반기 트레이더스 구월점 등 수도권에만 세 개 매장을 추가한다.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했다. 매출과 효율이 떨어지는 점포를 솎아내는 작업의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 매장 수는 154개다.
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는 지난 수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효율적인 점포 운영 시스템 구축 작업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해 올해 다시 외형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마트는 내년에도 신규 점포를 세 곳 이상 열 계획이다. 신규 부지도 다섯 곳 이상 확보해 점포를 신설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지난해 매출 3조 원을 넘어서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이은 그룹 내 ‘넘버3’의 위상을 굳히며 성장에 힘을 싣는다. 스타벅스는 올해 100개 이상의 점포를 새로 연다. 제주, 의암호 등 수려한 풍광을 갖춘 명소 11곳에 있는 스페셜 매장도 지속해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도 과제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회장은 지난달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 매입하며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그룹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이커머스와 건설은 올해를 사업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신세계건설과 SSG닷컴(쓱닷컴), G마켓(지마켓) 등 계열사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을 한 단계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닷컴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EBITDA)를 기록하며 수익 창출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올해는 이런 수익 기조를 더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G마켓은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한다. 신세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에 맞서기 위해 지난해 알리바바와 손잡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밖에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상장 폐지로 더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더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히 보상해주고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책임을 묻는 ‘신상필벌’ 원칙 인사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실적이 부진한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SSG닷컴, 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를 한꺼번에 물갈이 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에 입각한 ‘성과주의 조직 구현’을 가장 큰 경영 철학으로 제시했고 회장 승진 원년부터 이를 바로 실행했다”며 “조직에 잔존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긴장도를 높여 최고의 성과를 독려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 자신도 회장 취임 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평소 즐기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골프 등을 모두 중단하고 그룹과 계열사의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겼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 SNS에 '멸공'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취임한 날부터 비상 경영체제가 가동됐다는 말도 나왔다. 정 회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고객 우선주의'를 설파했다. 그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2025년 위기의 파고를 넘어설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제시했고 지난달 신입사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고객 제일' 원칙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객 만족은 그룹의 핵심 경영이념"이라며 "나와 조직원 모두는 그룹을 지탱해온 '고객제일' 가치 실현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