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말 달리자! 주페의 경기병 서곡
음악평론가
클래식 음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레퍼토리가 정말 방대하다는 것이다. 텔레만이 쓴 곡만 3천 개를 헤아린다. 바흐, 하이든, 슈베르트도 1천 개 정도 되는 곡을 썼다. 비발디, 보케리니, 모차르트, 리스트, 글라주노프도 600곡이 넘는다. 그러니 매일 다른 곡을 열 곡씩 듣는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얼마나 듣겠는가?
나 역시 꽤 긴 세월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었고, 방송과 강의를 하고 몇 권의 책까지 썼지만, 여전히 수시로 튀어나오는 미지의 곡 때문에 당황한다. 아, 이런 곡을 여태 몰랐다니, 하면서 머리를 치는 것이 다반사다.
1819년 4월 18일에 태어난 주페도 우리나라에선 과소평가되는 작곡가라 할 수 있다. 그는 빈 오페레타의 전성기를 연 작곡가다. 스팔라토(현재의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태어났으며, 파도바대학에서 법률을 배우다가 빈 음악원으로 가서 작곡을 공부했다. 1846년에 안데어 빈 극장에 지휘자로 취임했고 같은 해에 오페레타 ‘시인과 농부’를 발표하여 인기 작곡가로 떠올랐다. 이후 칼 극장의 지휘자로 일하면서 ‘아름다운 갈라테아’ ‘경기병’ ‘이사벨라’ ‘보카치오’ ‘빈의 아침, 오후, 저녁’ 등을 발표하여 빈 오페레타의 거장이 되었다. 약 30개의 오페레타와 180 여개의 무대작품을 발표한 후, 1895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오페레타와 그리 친하지 않은 한국에선 주페라고 하면 ‘시인과 농부 서곡’ ‘경기병 서곡’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병’은 1866년 빈에서 활동하던 시인인 카를로 코스타의 대본으로 만든 2막의 오페레타다. 경기병은 중무장한 기병이 아니라 가벼운 갑옷을 입은 채 말을 탄 기병을 의미한다. 특히 헝가리 마자르족의 후사르 경기병 부대는 유명했다. 그러나 이 오페레타에 나오는 경기병은 극 중에서 으스대는 발레단 사람들을 비꼬아서 부르는 말로 쓰였다.
서곡은 극 중에 나오는 5개의 멜로디를 엮어 3부 형식으로 만들었다. 관악기의 울림으로 시작하여 경기병의 말발굽 소리와 같은 행진곡이 나오는 부분이 1부, 용사들을 애도하는듯한 단조의 현악 선율이 멋진 2부, 다시 경쾌한 행진곡으로 마감하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1부에 나오는 관악 멜로디는 방송의 시그널 음악으로 애용되는 부분이라서 듣는 순간, “아, 이 곡이 그 곡이구나”하고 알아차릴 것이다.
‘경기병 서곡’을 들어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주페가 작곡한 다른 서곡과 ‘내 사랑 플로렌티나’ 같은 아리아로 옮겨가 보자. 좀 더 뒤져보면 주페의 ‘레퀴엠 D단조’처럼 멋진 곡이 도사리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