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바다미술제’ 키워드 ‘밑 물결(Undercurrent)’… ‘참여의 장’으로 전시 경험 확장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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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화·베르나 피나·김사라 공동감독 인터뷰
2025바다미술제, 다시 다대포로
장소 특성 반영한 야외 전시 기획
전시 주제 ‘진동하는 물결’로 잠정
함께 만드는 예술·생태 체험 연계

‘2025바다미술제’ 김금화, 베르나 피나, 김사라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2025바다미술제’ 김금화, 베르나 피나, 김사라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오는 9월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 일원에서 개최될 ‘2025바다미술제’ 전시 주제와 방향이 지난 21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6년 만에 다시 서부산으로 돌아온 이번 전시는 낙동강 하구와 남해가 만나는 다대포의 지형과 생태를 기반으로 ‘Undercurrents-진동하는 물결’(가제)로 풀어낸다.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주최하는 2025바다미술제는 오는 9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37일간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특히 올해는 3명의 공동감독 김금화, 베르나 피나(Bernard Vienat), 김사라가 예술, 생태, 건축 등 다학제적 관점으로 다대포의 생태를 재해석하고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장소 특정적 전시를 기획한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밑 물결’(Undercurrent)이다. 밑 물결은 암류(물 바닥의 흐름), 해류(바닷물의 흐름) 등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다. 조직위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넘어, 바다의 저류가 지닌 생태적 리듬과 대사 작용이 지역의 문화, 관광, 해안 공동체를 아우르는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고 작용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바다의 표면을 바라보는 데만 익숙했던 우리의 인식에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현장 리서치를 위해 부산에 온 3명의 공동감독을 인터뷰했더니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저류, 밑바닥, 움직이는 힘에 이야기하고 싶다” “해운대나 광안리가 아니어서 더 흥미롭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등으로 기대감을 나타낸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2025바다미술제’가 열릴 다대포 해수욕장 전경. @김사라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2025바다미술제’가 열릴 다대포 해수욕장 전경. @김사라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이들 감독은 “다대포 해수욕장이 강과 바다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한국의 해안 생태계와 경관의 혼종적 본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소”라면서 “다대포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바로 역동적인 풍경”이라고 말했다. 해운대나 광안리와 달리 고운 모래의 모래톱(사주)이 계속해서 생성되고, 때로는 작은 섬처럼 솟아올라 해안의 공간 구성이 변화되는 모습이 그들을 반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해수욕장 인근에 형성된 고우니 생태공원과 해변 왼편에 자리한 몰운대도 생태적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장소로서 주목했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김금화 감독은 “(다대포 해수욕장) 면적이 커서 좀 놀라긴 했다. 막상 바닷가를 거닐다 보니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게 마음이 편해졌다. 밀물과 썰물이 넘나드는 해변의 경계 지점-바다와 육지 사이-이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김사라 감독 역시 “스케일 덕분에 오히려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건축가로서 개입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세상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 스케일적인 인지를 무시할 수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스위스와 독일을 오가며 활동하는 베르나 피나는 “책보다 작품이 어느 때는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물 안에다 작품을 설치해서 직접 들어가서 그걸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감독들은 다대포를 하나의 유기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장소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작품들이 지형과 감각, 자연의 순환적 대사작용과 공명하는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물, 바람, 모래 등의 순환 대사 작용과 지형적, 생태적 특성을 이용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한 설치물, 조각, 비디오 작품 및 주민 참여형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5바다미술제’ 김금화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2025바다미술제’ 김금화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김금화 감독은 “중요한 작가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5월 말까지는 전체 작가를 업데이트 하겠다”고 말한 뒤 “다양한 층위로 카데고리화 하고, 구체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특히 3인 공동감독에 대해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시점에서 다양한 팀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하나의 시점보다 환경 이야기도 다른 레이어를 갖고 있는 게 프로그램이 풍부해질 수 있다. 주요 전시 주제라든지 키워드는 협의하지만, 두 분을 모시고 온 사람으로서 주도적으로 끌고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바다미술제 전시는) 단순히 트렌드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능성이다. 한 사람이, 한 정치가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끝났다. 세상은 연결돼 있고, 과학자가 보지 못하는 것을 예술가가 하고, 예술이 할 수 없는 것은 정치가가 할 수 있다. 학제 간 소통은 위기 시대 당위성”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2025바다미술제’ 베르나 피나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2025바다미술제’ 베르나 피나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2025바다미술제’ 김사라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2025바다미술제’ 김사라 공동 전시감독. 이재찬 기자 chan@

이에 따라 3명의 감독은 “2025바다미술제는 바닷가에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플랫폼이 아닌 다대포 해변의 지형적 특징과 장소 특정적 이야기를 내포하는 작품들을 새롭게 창작한다”며 “전시를 관람하는 대중이 재발견하고 느끼며 상호작용을 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2025바다미술제는 관람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을 ‘직접 감각하고 완성하는 참여의 장’으로 전시 경험을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베르나는 “페스티벌에 사람을 참여시키는 것 자체가 챌린지이다. 주제 자체가 어려우면 더욱더 그렇다. 우리는 참여했던 사람 사이에서 우리 페스티벌이 끝나고도 직간접적 경험한 것이 화두가 되고, 논의하게 되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 사회적인 그룹, 조직, 사하구 등 다양한 기관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사라 감독도 “(다대포 해수욕장) 여기를 대형 미술관으로 보느냐,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로 보느냐는 중요한 사항”라면서 “바다미술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혹은 예술이 가지는 기능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것을 통해 인식과 정책의 변화가 이뤄지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바다미술제는 홀수 해마다 부산 바다에서 개최되는 현대 미술 축제로, 1987년 ‘88서울올림픽’의 프레올림픽 문화행사의 하나로 시작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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