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관세 협상 합의 디딤돌 안보동맹 굳건히 나아가야
미,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국방력 강화·산업 생태계 전환 기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우리 수출 전선에 드리웠던 거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한미 정부가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 2000억 달러 현금과 1500억 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합의한 것이다. 연간 투자 현금 한도도 200억 달러로 제한했다. 대미 자동차 관세는 현재의 25%에서 일본과 같은 15%로 인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이례적으로 공식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SNS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우리의 자주 국방력을 키우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북한의 수중 억제 도발과 해양 자주권 강화라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뜻한다. 현재 한국이 운용하는 디젤 엔진 기반 잠수함보다 잠항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북핵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데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 처지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북핵 대응력을 높여 국내 안보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핵심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려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농축우라늄 연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막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반입할 수 없고, 소형 원자로를 개발한다고 해도 이를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미국 측 동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20년 넘게 핵추진 잠수함 확보 검토·준비 작업을 해왔지만,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군사 전용될 우려를 제기하며 핵연료 공급에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한미 정상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합의한 만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포함해 후속 협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승인은 지역 산업 밸류체인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핵추진 잠수함 한국 건조 승인으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조선사와 협력사들은 고부가가치 군함, 핵연료 선박 등 첨단 조선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특수선업체들이 이미 100MW급 일체형 SMR 개발에 나선 상황이어서 관련 분야 산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역 산업 생태계 대전환을 촉발할 수 있는 한미 관세 협상 합의를 디딤돌로 삼아 양국이 안보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