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기간 세계 정상들 필수 방문 코스로 뜬 ‘유엔공원’
호주·뉴질랜드 총리, 필리핀 대통령
유엔기념공원 내 자국 기념비 참배
한국전쟁 참전용사 값진 희생 기려
유엔공원 아름다움과 경건함 ‘극찬’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0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이 각국 정상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올랐다. APEC 회원국 중 한국전쟁 참전국이 많은 만큼 자국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2일 유엔기념공원관리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번 APEC 기간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세 번째 국가 정상이다.
유엔기념공원은 ‘재한 국제연합기념묘지의 설치 및 유지에 관한 대한민국과 국제연합 간의 협정’이 발효되며 1959년 설치됐다. 현재 14개국 2300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앞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0분,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30일 오후 4시 30분 각각 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한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동행했으며 총리들은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렸다.
두 총리는 자국 기념비를 참배한 뒤 자국민이 영면한 개별 묘역으로 이동했다. 관리처와 각국 주한 대사관 등이 협의해 마련한 일정으로, 관리처는 각 묘역을 안내하며 안장자들의 생애를 소개했다.
엘버니지 총리는 김해공항 도착 후 첫 번째 행사지로 유엔기념공원을 선택했다. 그는 먼저 호주 기념비에 헌화하고, 찰스 그린 중령의 묘를 찾았다. 그린 중령은 1950년 9월 28일 보병대대를 이끌고 부산에 상륙해 연천·박천 전투에서 승리하며 청천강 교두보 확보에 기여했다. 하지만 다음 날 포탄 파편에 맞아 전사했다.
럭슨 총리 역시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었지만 시간을 내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그는 뉴질랜드 기념비에 헌화 후 로버트 콤프턴 포병병사의 묘를 참배했다. 콤프턴 병사는 1950년부터 한국에서 복무하다 1951년 11월 부대 내 포탄 조기 폭발로 부상을 입고 숨졌다
콤프턴 병사는 파병 전 뉴질랜드 한 술집에서 동료들과 ‘누군가 전사하면 그 사람의 1파운드 지폐로 모두에게 술을 사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지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지금도 뉴질랜드 레이크 페리 호텔에 전시돼 있다. 관리처는 이날 럭슨 총리에게 콤프턴 병사의 1달러 지폐 사진을 전달했다.
관리처는 APEC 기간 정상들의 방문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일대 경호를 강화했다. 대통령경호실, 경찰과 협력해 정상들이 머무는 시간 동안 주차장 등 일부 구간에 민간인 출입을 제한했다.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정상들은 관리처 등에 자국 참전용사 묘를 정성껏 관리해 준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공원의 아름다움과 경건한 분위기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처 관계자는 “APEC 기간 세계 정상들이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것은 큰 영광”이라며 “특히 유엔기념공원은 국제 연대의 상징이기도 해 정상들의 방문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유엔기념공원의 아름다움과 경건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