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 삶을 선물하는 장기이식… 보다 많은 관심 가져 줬으면” 최병현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비주류’ 췌장 이식에만 10년
삶의 질 개선 넘어 생명 구해
최근 장기기증 감소세 우려
“장기이식, 필수의료 중요 축”
“장기이식은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장기이식에 관심이 보였으면 합니다.”
10년 동안 췌장 이식 외길을 걸어온 양산부산대병원 최병현 외과 교수. 최근 국가 전산망 화재로 마비된 장기이식 시스템 복구에 집중했던 그는 인력 부족으로 장기 적출과 이식을 한번에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을 재차 호소했다.
장기이식을 ‘현대의학의 꽃’이라 비유한 최 교수는 국내에서 드문 췌장 이식 전문의다. 서울아산병원 한덕종·이승규 교수 등 국내 장기이식 대가들로부터 수련을 받은 그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췌장 이식에 관심을 쏟았다. 그 결과 최 교수가 몸담고 있는 양산부산대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국내 췌장 이식의 양대축이 됐다. 비수도권에서 폐·심장·간·신장·췌장 등 5대 장기를 모두 이식하는 의료기관은 매우 드물다.
대한이식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수술·치료법을 공유하고 있는 최 교수는 최근 유독 기억에 남는 사례로 17세 뇌사 기증자의 췌장을 이식 받은 환자를 언급했다. 혈관 감염이 되면 꿰맨 부위가 터질 수 있는데, 전혀 상관 없는 부위 혈관이 파열되면서 이식한 장기를 다시 뗄 수밖에 없었다. 최 교수는 “췌장 이식만 100건 넘게 집도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교수는 36세 제1형 당뇨병 환자도 떠올렸다. 췌장을 이식 받은 환자는 저혈당무감지증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수면이 가능해졌고, 환자를 지키느라 평생 잠을 못 자던 환자의 어머니도 이제 안심하고 쉴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환자도, 보호자도 삶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췌장 이식은 삶의 질 개선을 넘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기이식 수술이 성공한다고 끝이 아니다. 면역억제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장기 복용 시 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췌장 이식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최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서도 합병증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에게 시술하면 좋지만 너무 일찍 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늦으면 이미 합병증이 생긴다”는 딜레마를 토로하면서도 “신장 이식 후 이미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들에게는 비교적 적극 권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장기 기증자의 급감을 우려했다. 지난해 뇌사 기증자 수가 전년 대비 11.3% 감소했고, 2019년 70건이던 췌장 기증은 지난해 23건으로 급락했다. 뇌사 신장이식을 대기하는 시간은 7년을 넘어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기증자 나이도 증가하고, 의정갈등 영향으로 의료 현장 어려움도 가중되는 것도 문제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장기기증에 대한 시민 의식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나눔으로 장기기증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는 “장기기증 유가족 상당수는 ‘가족의 장기가 누군가의 삶을 살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장기이식은 ‘필수의료의 중요한 축’이며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희망’이 된다”며 “사회 전반에서 보다 따뜻한 관심과 이해가 이어진다면 장기기증도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