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파고에 휘청이는 내년 부산 교육감 선거 [부산 지방선거 격랑]
4선 도전 김석준 ‘직위 상실형’
진보 진영 차정인 외 부각 안 돼
보수에선 후보군 폭 넓게 형성
일부 고발·기소돼 출마 불투명
전교조 해직 교사 특별채용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12일 부산지법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1심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지역 교육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4선 도전이 예상된 김 교육감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진보와 보수 각 진영을 중심으로 차기 교육감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김석준 ‘4선 가도’ 적신호
김 교육감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전교조 통일학교 해직 교사 4명을 특별 채용 대상자로 내정하고, 교육청 교원 인사 담당 공무원들에게 공개경쟁을 가장해 특별 채용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교육감이 특별 채용한 교사들은 2005년 10월 전교조 부산지부에 통일학교를 개설하고, 김일성과 공산당을 찬양하는 현대조력사 등을 강의해 국가보안법(찬양·고무 등)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당시 부교육감과 담당 공무원 등이 채용을 반대했지만, 김 교육감이 특혜 채용 추진을 지시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당시 특별 채용을 공개경쟁 전형이라 평가하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 12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심재남 부장판사는 “응시 원서 접수 기간이 매우 촉박해 통일학교 관련 교사가 아닌 사람들은 지원하기 어려웠다”며 “실제로 통일학교 관련 해직 교사 4명만 지원했고, 4명 모두가 합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개 전형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해직 교사 채용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1심 선고 직후 김 교육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용이 진행됐지만, 재판부는 해직교사 4명 전원이 합격한 데 초점을 맞춰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에서 절차의 정당성을 분명히 밝히고, 억울함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교육감은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이번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돼 1심 6개월, 2~3심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한 이른바 ‘6·3·3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판결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다. 그동안 교육계 안팎에서는 김 교육감의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윤수 전 부산시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지난해 12월 직을 상실했고, 지난 4월 재선거에서 김 교육감은 51.13%를 득표해 당선됐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남은 임기가 1년 2개월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많았다.
■후보군도 줄줄이 사법 리스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온 김 교육감이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차기 교육감 선거 구도를 둘러싼 하마평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지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당시 단일화를 추진했던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이 올해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취임한 상황으로, 아직 다른 후보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단일화 논의에 참여했던 후보만 4명에 이를 정도로 후보군이 비교적 폭넓게 형성돼 있다.
먼저 지난 4월 재선거에서 김 교육감과 맞붙었던 정승윤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의 재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시 득표율은 정 전 부위원장이 40.19%, 최 전 부교육감이 8.66%였다.
다만 이들 역시 각종 법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정 전 부위원장을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손 목사는 교회 집회에서 정 전 부위원장과 함께 단상에 올라 정 후보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는다. 최 전 부교육감도 재선거를 앞두고 부산시교육청 공무원에게 선거운동 기획 참여를 요청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5일 첫 공판이 열렸다.
지난 재선거에서 중도·보수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과 박종필 전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역시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호환 전 동명대 총장도 거론된다. 현재는 여러 인물이 출마를 저울질하며 물밑 경쟁을 벌이는 단계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단일화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