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과감한 ‘R&D 투자’로 불황 돌파 [부산의 힘, 명문향토기업]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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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변화 예측과 선제 투자

튼튼한 제조업 기반 혁신 이뤄
나라오토시스, 로봇·자동화 설비
한라IMS, 친환경 선박 기술
태웅, 차세대 SMR 부품 개발

위에서부터 ‘2025 코마린’ 행사장에 마련된 한라 IMS부스, 기계 부품사인 나라오토시스, 태웅의 국내 최초 SMR 부품 수출 기념 행사. 각 사 제공 위에서부터 ‘2025 코마린’ 행사장에 마련된 한라 IMS부스, 기계 부품사인 나라오토시스, 태웅의 국내 최초 SMR 부품 수출 기념 행사. 각 사 제공

영원한 호황은 없다. 산업의 지도는 매일 같이 다시 그려진다. 특히 부산의 근간이던 조선, 기계 등 전통 제조업에 불황의 그림자가 덮쳤을 때, 많은 기업이 갈림길에 섰다.

명문향토기업인 한라IMS(주), 나라오토시스(주), (주)태웅은 불황의 그림자를 변화의 신호로 읽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신, 과감한 R&D 투자로 위기를 혁신의 디딤돌로 삼았다.

명문향토기업들은 오래된 제조업 기반이 결코 ‘과거의 유산’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 튼튼한 기반 위에서 R&D라는 싹을 틔울 때, 부산은 ‘미래 에너지’ ‘친환경 조선’ ‘로봇’이라는 가장 뜨거운 미래 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친환경 규제는 ‘기회’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둔 한라IMS는 조선업의 불황과 글로벌 환경 규제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기회’로 바꾸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1989년 설립된 한라IMS의 원래 이름은 한라레벨이었다. 기존에는 선박용 계측장비를 생산하던 한라IMS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닥친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 대신 새로운 시장을 내다봤다. 바로 ‘환경’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설치를 의무화하자, 한라IMS는 R&D에 사활을 걸고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2013년 IMO의 승인을 받는다. 여기에 한라IMS는 선박 내 액체 수위를 정밀 측정하는 ‘레벨 모니터링 시스템’과 ‘밸브 원격제어 시스템’ 등을 개발, 전 세계 선주사들이 먼저 찾는 글로벌 표준이 됐다.

한라IMS는 ‘LNG’라는 차세대 선박 연료 시장을 정조준했다. LNG용 레벨 계측장치, 원격밸브제어 장치를 개발했고 암모니아수소 레벨 계측 장치를 개발 중이다.

한라IMS 관계자는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직원 210여 명 중 연구설계 인력만 70여 명에 이르는 등 지속적으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력 전달 장치에서 ‘로봇 관절’로

1977년 ‘나라동력기계’로 출발한 나라오토시스는 50년 가까이 공장 자동화 설비, 선박 엔진 등에 들어가는 동력 전달 장치를 만든 기계 부품사다.

특히 에너지 절감 효과가 탁월한 '변속유체커플링'은 나라오토시스의 대표적인 기술 성과다. 독일·미국·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제작 가능한 첨단장치로, 부하에 따라 회전수를 조절함으로써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친환경 설루션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발전사 및 지역난방공사에 공급되며 수입품을 대체했고, 미국 GE 등 해외 공급 실적이 있으며 2022년에는 터키 아쿠유 원자력발전소에 납품하여 해외 원전시장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로봇’과 ‘자동화’에 있음을 간파한 나라오토시스는 과감한 R&D 투자를 감행한다.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나라오토시스는 로봇과 스마트자동화 산업에 최적화된 정밀 기어헤드를 자체 설계 양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25년 나라오토시스는 K 휴머노이드 연합의 부품사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나라오토시스는 AI 기반 고중량 자율주행 로봇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수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 2024년 기준 450만 달러의 수출 성과를 냈다.

■단조 기술이 차세대 SMR로

(주)태웅은 풍력발전 메인 샤프트 분야 선두그룹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웅은 차세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압력과 고온을 견뎌야 하는 초고난도 기술의 집약체다. SMR의 심장인 ‘일체형 원자로 용기’와 핵심 배관 등은 이음새 없이 한 번에 단조 기술로 찍어내야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태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조 프레스와 노하우로 올해 2월 국내 최초로 캐나다에 SMR 부품을 수출했다. 또 올초 450억 원을 투입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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