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신해양수도 부산, 2026년 해양국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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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철 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전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장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부산은 오랜 시간 염원하던 해양수도 비전이 마침내 현실로 드러나는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 개청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선 역사적 대전환이었다. 대한민국 해양 행정의 사령탑이 본격적으로 남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부산이 단순히 항만을 가진 지방 도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해양 강국 대한민국의 전략적 심장임을 의미한다.

행정의 이동은 필연적으로 자본과 사람의 이동을 부른다. 지난해 말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식 발표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에너지·원자재 운송을 책임지는 이들 기업의 부산행은 주소지 이전뿐만 아니라, 기업의 핵심 기능인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 기능이 부산으로 온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 기관 지원 특별법’은 부산이 해양수도임을 역사상 처음으로 법률에 공식화하며 이러한 흐름에 제도적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해수부·해운기업 이전, 해사법원 신설

현장·의사 결정 분리 불균형 구조 타파

해양 강국 기반 조성 위한 역사적 전환

해양 금융, 디지털·친환경 항만 기술

행정·대학·산업 공동 목표 공유·실천

도시 전략 통합 새 경제 모델 창출 기회

그동안 부산은 세계적인 환적항이라는 압도적 물류 기반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해양 행정과 법률·금융·연구개발(R&D) 기능은 서울에 의존하는 불균형한 구조를 안고 있었다. 현장과 의사 결정이 분리된 탓에 해운기업의 효율은 떨어졌고, 해사 분쟁과 중재 비용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었다. 우수한 R&D 잠재력 또한 산업 현장과 겉돌며 기술 경쟁력으로 직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구조적 약점을 넘어설 절호의 기회 앞에 서 있다. 해수부 이전과 기업 본사 집적이 촉발한 변화는 단순한 행정 재배치가 아니라, 부산이 해양 산업의 전 주기를 완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정책과 금융이 만나고, 기술과 기업이 현장에서 즉각 반응하는 이러한 연결의 힘이야말로 해양 산업의 혁신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이 세계 해운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결 구조 덕분이다.

진정한 해양수도의 완성을 위해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특히 최근 여야 합의로 논의의 방향이 잡힌 ‘해사법원 부산·인천 분산 설치’ 방안이 자칫 부산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항소심 관할의 부산 일원화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해사법원이 두 지역으로 분산되고 항소심 관할마저 나뉜다면, 부산은 여전히 서울 중심 법률 시장의 하부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부산은 단순한 1심 재판지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판례와 규칙을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해사 사법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청사 건립 논쟁이 아니라, 사법 기능의 조속한 가동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먼저 확보하는 일이다. 해사법원이 하루라도 빨리 가동될 때, 그동안 반복되어 온 국부 유출을 막는 가시적인 효과가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

이와 함께 해양 금융 생태계와 해양 테크 클러스터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항만만으로는 도시 성장의 지속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선박 투자, 친환경 연료 전환, 조선·해운 산업의 재편을 떠받치는 특화 금융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산업 전체의 구조적 전환이 가능하다. 다행히 부산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부산국제금융센터, 대학·연구기관 등 관련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어, 해양 금융을 전략적으로 키울 조건이 충분하다. 여기에 인재 양성 체계가 더해진다면 부산은 금융·기술·교육이 선순환하는 해양 혁신도시가 될 것이다.

또한 부산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디지털화·친환경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다. 무인 운반 장비, 디지털 물류 시스템, 스마트 양식 등 해양·수산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운영할 역량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구 기관과 기업,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부산형 해양 테크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기술 개발과 산업 적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 해양 질서는 이미 거대한 전환기에 진입했다. 탄소 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 속에서는 규범을 따르는 도시가 아니라 표준을 만드는 도시만이 살아남는다. 이제 부산도 경쟁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는 글로벌 해양 규범의 주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2026년은 부산에게 새로운 출발점이자,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 시간이다. 해수부 이전과 해운 기업 집적이라는 흐름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하고 도시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행정·기업·산업·학계가 연결되고, 그 속에서 부산만의 해양 경제 모델을 창조할 때 비로소 부산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전략 축이 될 것이다. 신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비전이 아니라, 2026년을 살아가는 부산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새로운 현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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