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수도권 주담대 17일부터 연장 불허
‘세낀 매물’ 실수요 매수 한시적 허용…실거주 의무 유예
가계부채 성장률 목표 ‘1.5%’…불법·탈법도 ‘엄단’
목표 넘긴 금융사는 패널티…새마을금고 ‘0원’ 설정
이억원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 절실해”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다주택자 급매물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17일부터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탈법·편법 대출도 엄단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금융위원회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금융 업권별 협회, 5대 시중은행 등이 참석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다.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다만 매도 계약이 체결된 주택과 어린이집, 준공 후 미분양주택 등은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또 주택을 즉시 매도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특히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대출 연장을 금지하는 것은 다주택자의 매물을 수도권에 풀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은 약 1만 7000가구(4조 1000억 원)로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1만 2000가구(2조 7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주택자의 '세낀 매물' 매수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무주택자가 올해 연말까지 허가 관청에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해당 주택을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이 원칙적으로 허가 후 4개월 내 실거주해야 해 기존 임대차계약이 남아있으면 거래 자체가 어려웠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을 무주택자가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총량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가계부채 총량은 경상성장률 전망치(4.9%)의 절반 이하인 1.5%로 정해졌다. 지난해 증가율 1.7%보다도 낮은 수치다.
올해 목표를 정하면서 지난해 관리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는 엄격한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적 초과분을 올해 관리 목표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초과 규모에 따라 차감 폭도 차등 적용된다.
새마을금고처럼 지난해 관리 목표를 크게 넘어선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올해 관리 목표를 사실상 '0원'으로 설정하고 필요하면 내년 목표에서도 추가 차감을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탈법·편법 대출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지난해 하반기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127건(587억 5000만 원)과 가계대출 약정 위반 2982건이 적발됐다. 당국은 2021년 이후 취급된 사업자대출 전반을 대상으로 용도 외 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하고 적발 시 즉각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이 적발되면 해당 금융회사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대출이 제한된다. 제한 기간은 1차 적발 시 3년이며 2차 적발 시 최대 10년까지 확대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인 온투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그동안 자율규제에 맡겨졌던 주담대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고 주택가격 구간별 대출 한도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주택가격 15억 원 이하는 6억 원, 15억 원~25억 원은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 한도가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총량 관리 강화 과정에서 서민과 취약차주의 자금 애로가 커지지 않도록 가계대출 관리실적 집계 시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분 등에 대한 예외 인정 물량은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이억원 위원장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적 대출 수요가 부동산 시장으로 지속 유입되며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