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선관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기성세대가 만든 시스템 오류의 결정판
2030 세대 분노 다독일 개혁 서둘러야
10일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진상규명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최된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 참정권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선거관리위원회의 한심한 실태가 점입가경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상 유례 없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이후에도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 하는 모습에서는 선관위라는 조직이 과연 제대로 작동은 하는 조직인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다. 이로 인해 선관위라는 조직의 무능을 기성세대의 민낯이라 여긴 2030 젊은 세대들은 대학을 중심으로 참정권 침해를 비판하는 전국적 시국선언에 나서는 지경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해결책을 서둘러 제시하기보다 선동과 의혹을 부추기며 잇속만 챙기는 작태로 일관하는 중이다.
최근 드러난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 동구 수정5동 제2투표소는 선거인수가 2197명이었지만 선관위가 인쇄한 투표용지는 1000매에 불과했다. 투표용지가 선거인수의 45.5%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인쇄 비율을 보였다. 이 투표소 뿐만이 아니라 투표용지 인쇄량이 유권자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투표소는 전국에서 1371곳에 달했다. 선관위는 최소 인쇄 비율을 50%로 정해 놓은 자체 지침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앞서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 현황 파악에서도 처음엔 50곳이라 했다가 사흘만에 91곳이라고 발표하는 등 실태 파악에도 무능을 드러낸 바 있다.
지방선거 투표 당일 벌어진 투표소 현장의 실태는 더욱 가관이다. 〈부산일보〉는 부산 북구 화명1동 제7투표소에서는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대기 행렬이 발생했는데도 용지 부족 사실은 오후 5시 50분에야 선관위에 알려졌다고 11일 보도했다. 선관위가 카톡으로만 현장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군별로 선관위 직원 1~2명이 현장의 구청 공무원과 카톡 단체방을 통해 특이 사항을 파악하다 보니 실시간 현장 상황 파악은 언감생심인 구조였던 것이다. 선관위는 뒤늦게 부산 전체 직원이 161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 참정권을 다루는 기관의 해명으로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선관위의 무능은 기성세대가 그동안 쌓아온 시스템의 오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30 세대들이 거리에서 참정권 침해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기성세대에 대한 항의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치권을 비롯한 기성세대는 현실과 괴리된 논리로 선동에 더 힘을 쏟으며 갈등 확산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선거 결과로 리더십에 금이 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기성세대는 선관위로 상징되는 자신들의 무능을 시인할 줄 알아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이번 사태를 무능한 시스템의 근본 개혁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서둘러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선관위를 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