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축구 졸전 끝 32강 탈락, 무능한 리더십이 빚은 참사
황금 라인업·대진운에도 최악 성적표
축협 개편 등 축구 행정 대수술 불가피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 옆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대회로 기록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34위라는 참담한 최종 성적을 거두며 ‘32강행’이 좌절됐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 32개 팀까지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첫 대회였는데, 예년으로 치면 본선 진출에도 실패한 셈이다. 홍 감독은 12년 전 ‘브라질 실패’에 이어 두 번째 기회를 받고도 다시 실패한 감독이 됐다. 체코전 승리로 한때 기대감을 키우던 국민들은 멕시코전·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전술 부재와 무기력한 경기력만 확인하고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을 맞자 진작 기대감을 접어버렸다. “차라리 32강에 안 가는 게 낫다”는 자조마저 퍼졌다.
어느 대회보다 기대가 컸기에 더 큰 실망이 돌아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역대 최강 공격수라 평가받는 손흥민에 독일 명문 클럽팀에서 뛰는 김민재, 유럽 최강 클럽 핵심 미드필더 이강인까지 한국 축구 황금 세대가 주축이 된 역대급 선수 라인업으로 출전한 대회였다. 축구 최강국들을 피해 개최국 멕시코,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뒤지는 체코,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를 이뤄 대진운마저 뒤따랐다. 국민들 지지도 컸고, 국가 지원 역시 대대적이었다. 체코를 2-1로 꺾었을 때까지만 해도 32강행은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패기도, 조직력도, 전술도 없었던 남아공전 졸전은 국민 모두에게 허탈감을 남겼다.
대회 준비 기간 내내 축구 행정 난맥상이 노출됐다. 대회 전이라 쉬쉬 했지만 전문가들의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2023~2024년 대표팀을 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뒤이은 홍 감독까지 감독 선임 문제가 연이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고집을 꺾지 않은 채 불투명한 밀실 행정을 이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전략강화위원회 등의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일도 있었다. 실제 두 감독은 준비 기간 내내 선수 기용과 경기 전술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개막 직전 돌연 사임을 예고하며 혼란의 정점을 찍었다.
마지막 기회였던 월드컵 본선에서 국민들이 축구 행정 실패를 직접 확인하면서 한국 축구는 영광마저 못 지키는 것 아니냐는 위기 앞에 섰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하다는 황금세대 전성기를 아무 결실도 없이 낭비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대대적인 개혁 말고는 답이 없다. 정 회장은 예고한 대로 물러날 것이다. 홍 감독 역시 자진사퇴든, 경질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 무능한 리더십이 낳은 대재앙의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몇몇의 머리로 생기지 않는다는 교훈을 다시 새겨야 한다. 축구협회는 파벌과 인맥에서 벗어나 감독 선임 프로세스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전면 개편하는 일부터 풀어야 한다. 협회와 축구인들의 반성과 혁신이 없다면 한국 축구에 더 이상 미래가 없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