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원장 배우자까지 단골… ‘프로포폴 공장’ 된 성형외과의 종말
해운대해수욕장 번화가 병원
미용 목적 시술 마구잡이 사용
2년 8개월간 215회 불법 투약
원장에 징역 1년 6월 중형 선고
기록 조작한 직원·환자도 처벌
클립아트코리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성형외과 원장이 2년 8개월간 미용시술을 빙자해 환자들에게 프로포폴을 215차례 불법 투약하고 관련 기록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원장의 배우자를 포함한 환자 다수가 해당 병원과 다른 병원을 돌며 향정신성의약품을 반복 투약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이호연 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해운대구 성형외과 원장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병원에서 간호팀장으로 일한 B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가 운영하는 병원 등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투약한 A 씨의 배우자 등 환자 다수도 법적 처벌을 받았다.
A 씨 등은 2022년 4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환자 10명에게 총 215차례에 걸쳐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피부 미용 목적으로 시행하는 ‘도로시주사’ 등 수면마취가 필요 없는 간단한 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방식이었다.
간호팀장 B 씨는 병원에서의 프로포폴 투약 기록을 조작해 병원에서의 범행 사실을 숨겼다. B 씨는 실제 투약량과 진료기록부·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기록을 일치시키는 이중 장부를 관리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병원 등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품명과 수량 등을 입력해 보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B 씨는 프로포폴 사용 내역을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145회를 허위·미보고했고, 진료기록부에도 205회에 걸쳐 품명과 수량을 기재하지 않거나 ‘수면마취’라고 적어 실제 사용량을 감췄다.
이들은 현행 NIMS의 관리 공백을 파고들었다. 2018년 도입된 NIMS는 의료기관이 투약 내역을 자율적으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실제 투약량과 시스템에 입력된 투약량 사이에 괴리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A 씨의 배우자인 C 씨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C 씨는 프로포폴과 케타민에 동시에 중독된 상태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을 반복적으로 찾아가 소란을 피우고 집요하게 투약을 요구했다. 아무런 의료적 시술 없이 39회, 다른 병원 5곳에서 미용시술을 빙자해 36회 등 총 75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받았다. C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용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을 반복적으로 투약한 환자 3명들도 징역 10월~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사건 범행의 경위와 횟수, 기간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며 “의사와 간호조무사는 마약류 오남용으로 인한 보건상 위해를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동종 범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의료법에 따라 A 씨는 면허 취소 처분 대상이 된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번화가에 위치한 이 병원은 30일 인터넷에 영업 중으로 표시돼 있지만, 취재진의 연락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