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 어디로" PK 홀대론 확산
李정부 거꾸로 가는 균형발전
각종 지원도 호남지역에 집중
1개 이상 메가특구 조성 속도
“또다른 불균형 불러” 거센 반발
국민의힘 PK 의원들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권 반도체 투자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호남에 89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핵심 산업이 호남권에 집중되면서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동남권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국가 성장축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고 사실상 수도권과 호남의 ‘신(新)양극 체제’로 굳어져 새로운 불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정부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보고회를 열고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을 발표했다. SK는 470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와 1GW 규모 AI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삼성은 425조 원을 들여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앰코도 광주에 1조 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증설한다.
AI·반도체 분야에 투자되는 890조 원은 부산시 올해 본예산(17조 9311억 원)의 약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용인 클러스터(투자 300조 원·생산유발 700조 원) 사례를 들어 호남 클러스터의 직간접 생산유발효과가 10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1개 이상 메가특구 지정,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국비 지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각종 특례도 함께 추진된다.
정치권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권역에 첨단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5극 3특’ 전략과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을 5개 초광역권으로 나눠 권역별 성장거점을 육성하겠다던 구상과 달리 이번 발표에서는 반도체 생산기지가 호남에 집중됐고, 동남권과 대경권은 ‘소부장 혁신거점’으로만 분류됐을 뿐 투자 규모나 구체적인 지원 계획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중앙부처가 산업을 선정해 지방에 내려보내던 이전 정부의 ‘하향식’ 방식을 폐기하고, 지역 수요에 기반해 전략산업을 고르는 지역자율형 성장모델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가 사실상 전남광주를 거점으로 낙점한 뒤 지원 방안을 마련한 하향식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한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지역 편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남권이 제조업과 항만·물류, 원전 등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미래 핵심 산업 투자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상황만 보면 호남 지역에 투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결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PK 의원 20여 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부터 해놓고 뒤늦게 근거를 맞추는 방식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기획이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