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옥수수가 익어가는 여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승도 (1960~)

방학을 맞아 서울서 내려온 아들과 함께 읍내에 간다

도로변의 밭에선 옥수수가 한창 익어간다 도시인의 휴가철에 맞춰 딸 수 있게 비닐하우스에서 일찍 모종을 길러심은 녀석들이다

달콤한 과자와 빵이 넘쳐나는데도 사람들은 옥수수를 좋아한다 어떤 이는 옥수수에서 사람의 이나 하모니카를 보기도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읍내로 들어서니 옥수수를 삶아 파는 가게가 판을 벌였다 가게 앞에 내놓은 솥에서 달큼한 냄새가 풍겨온다

어린 시절 텃밭에 가득했던 그 옥수수다 흐름 속에도 흐르지 않는 것이 있음을 본다

시집 〈별 볼 일 없는 데만 가게 된다〉 (2026)

한여름 어느 날엔가. 이제 막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 옥수수를 위하여 햇살들은 맹렬하고, 비는 쏟아지고, 바람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 거겠지요. 알알이 들어찬 옥수수의 저 단물은 어디서 온 걸까요. 익어가는 옥수수 냄새가 불러오는 향수. 사람의 마음에 둥근 여백을 만들어주는 자연과 소박한 일상이 평화를 허락하는 일이라는 시인의 여름을 읽으며 올여름 휴가를 미리 그려봅니다.

세월은 빠르고, 때론 잔인하며,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세월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자연의 순리 속 사람 사는 일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켜온 마음과 사랑과 우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워지는 것들이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어설픈 시도들을 잠시 멈추고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을 헤아려 봅니다. 신정민 시인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