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투리 사용자 유감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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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만큼 자갈치시장을 잘 담아낸 말이 없다. 사투리 단 세 마디에 장바닥 아지매에게서 흘러나오는 구수함, 시장 특유의 생동감, 그 시장 위치가 바로 부산 바닷가라는 사실 등 다양한 삶과 문화가 얽혀 있다. ‘오세요, 보세요, 사세요’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사투리는 얼마나 정겹고 다채로우면서도 주체적인가.

사투리는 첨단 기술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열린 ‘2026년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는 사투리를 알아듣는 피지컬 AI 로봇이 큰 관심을 받았다. 여러 지자체에선 사투리로 관광·행정 정보를 안내하는 챗봇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사투리로 신고하면 실시간으로 문자를 화면에 띄워 정확성을 높이는 AI 기반 신고접수 시스템도 나왔다. AI 연구자들은 사투리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대우한다. AI가 사투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아듣느냐가 AI 주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아직 사투리는 봉변 당할 때가 더 많다. 수년 전 경북·경남 산불 지원법 표결 때 “호남에는 불 안 나나” 망언을 한 국회의원이 뒤늦게 “경상도 사투리로 짧게 말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는 엉뚱한 해명을 해 공분을 샀다. 어느 정치인이 유세 현장에서 사투리로 “이제 고마 치아라”고 정권을 비판하자 한 지상파 앵커가 일본어냐고 비아냥거린 일도 있었다. 사투리 비하나 오용은 사투리를 지키려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 대학, 지역 언론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최근 웃기거나 희화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투리를 적극 내세우는 연예인들의 활약을 흥미롭게 지켜봐왔다. 김해 출신 개그맨 양상국은 경상도 사투리로 출연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터트려 흐뭇해하던 터다. 그가 자신있게 구사하는 사투리는 사투리 사용자에 덧씌워진 촌놈 편견을 깨트리는 맛이 있다. 거제 출신인 아이돌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도 사투리로 고향 사랑을 한껏 드러내며 주목 받았다. 그런 그가 유튜브 영상에서 쓴 “무섭노”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뛰어들며 일이 일파만파 퍼졌다. 아무렇지 않게 “~노” 표현을 주고받는 경상도 사람에겐 논쟁 자체가 곤혹스럽다. 20년 넘게 사투리를 쓴 원이도 일상적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 안태형 동아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단순히 그 표현만으로 일베냐 아니냐를 따지기 어렵다. 그의 언어 생활이나 다른 글, SNS 등을 보고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사투리한테 와 이라노”, 항변하고 싶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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