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포커스온] 청년이 미래라면
논설위원
취업난·대출 규제·부동산 폭등 겹치며
4050 중장년 세대와 자산 격차 심화
2030세대 안에서도 순자산 차이 커
노력해도 중산층 진입 어렵다고 느껴
초기 자산 형성 위한 일관된 정책 중요
고용·주택·금융·세제 면밀한 지원을
소득보다 가파른 속도로 집값, 월세 등 주거비가 치솟으면서 2030 청년들의 박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역대급 성과급이나 한때 9000을 돌파했던 역대급 코스피 지수도 많은 청년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취업난, 대출 규제, 자산 가격 폭등이 겹치며 2030 세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산 양극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2030 청년층과 4050 중장년 세대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크다. 저성장으로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소득이 줄어든 20대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자산을 불릴 기회를 놓친 30대 청년층의 재산 증식은 정체된 반면, 고성장·저금리와 집값 폭등 수혜를 누린 중장년층은 재산을 늘릴 수 있었다.
그런데 세대 간 양극화에 이어 세대 내 양극화까지 벌어지며 20, 30대의 출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인 가구에서 청년층 비중이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모든 연령대 중에서 20, 30대 비중만 상승했다고 한다. KBS가 지난달 20대 가구 자산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평균 순자산 격차(빚 제외)가 6억 3000만 원 대 3327만 원으로 무려 19배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20대 가구 상위 20% 평균 순자산은 부동산, 예적금, 주식 등 금융 자산을 모두 포함한 순자산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가난해도 노력하면 중산층으로 올라간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 청년들은 출발선부터 벌어진 격차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20·30대 내 소득 상하위 간의 순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 문제의 근원은 청년 고용절벽이다. 고용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 형성의 문턱이 높아진 데다 소득 격차가 동시에 커지면서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확대되는 것이다. 또 거주 지역과 직장 차이에 따른 ‘이중 격차’ 구조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청년 세대라도 수도권에 살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가진 청년과 지방에서 직장에 다니는 청년 사이의 자산 축적 속도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사는 대기업 청년은 중장년 세대보다는 덜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에 부동산 자산 증식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면 지방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정체된 지역 부동산 시장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가 삶의 출발선을 가르는 시대가 된 만큼, 2030세대의 초기 자산 형성을 돕는 정책 시행이 더 중요해졌다. 자산 형성 시점이 늦어진다면 ‘스노볼링’(눈덩이 굴리기) 효과 때문에 미래에 따라잡기 힘든 격차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정책금융상품인 청년미래적금의 1차 가입 신청에 234만 3000명이 몰렸다고 한다. 청년미래적금은 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미래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한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만 19~34세 청년으로, 병역 이행자의 경우 복무 기간(최대 6년)은 연령 산정에서 제외된다. 3년 만기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매월 1000원부터 최대 50만 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은행 이자에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더하면 우대형 기준 최고 연 19.4% 수준의 수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출시 직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정부는 청년미래적금을 최대 320만 명이 가입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청년미래적금 2차 가입 신청은 올해 12월 중 실시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 등 정권마다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한 금융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청년 금융정책의 간판이 바뀌면서 정책 일관성 부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정권과 상품이 함께 바뀌는 구조는 청년층의 장기적인 금융 계획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청년층의 불안정한 소득과 고용 상황을 고려하면 무엇보다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치기보다 중·저소득 청년층이 꾸준히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의 틀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층이 자산 형성 기회를 잃으면 내수가 위축되고 성장 잠재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청년들이 희망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주택·금융·조세 등 전반에 걸쳐 청년 지원책을 면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