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이한 구속, 테러 자작극 시인하고도 선거 완주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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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들통났는데 후보 사퇴 않고 지지 호소
혼자 강행한 건지, 조직적 비호인지 밝혀야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피습 자작극 의혹을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8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피습 자작극 의혹을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8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 테러 자작극’ 소동은 대한민국 선거사에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 증거인멸 우려로 정 전 후보가 8일 구속된 뒤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파가 더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6·3 지방선거 보름 전에 이뤄진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하지만 후보직 사퇴는커녕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피해자를 가장한 선거운동을 이어갔고, ‘젊은 정치’와 ‘세대교체’를 호소하며 완주한 결과 2만 7418표(1.56%)를 얻었다. 천인공노할 테러 조작이 드러났는데도 태연히 지지를 호소한 행태는 공직선거를 농락하고 유권자를 기만한 행위나 다름없다.

정 전 후보는 십년지기 헬스 트레이너 A 씨와 짜고 피습 사건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허위 테러 사건으로 동정심과 불안 심리를 자극해서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이다. 이는 실제 선거 폭력 피해자와 시민 불안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공동체 윤리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 전 후보는 테러 자작극 이후 토론회 배제에 반발한 단식, 토론회장 거짓말탐지기 반입, 의문의 잠적 등 선거 과정에서 각종 기행을 이어갔다. 이러한 일관된 돌출 행동은 그가 선거를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주목을 끌기 위한 정치적 연출의 무대로 여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전 후보의 일탈은 공공의 이익과 윤리 기준을 한참 벗어난다. 이런 후보가 공당의 공천을 받아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을 이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정치의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젊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부실이 용인될 수 없고, 신선하다는 포장으로 공적 책임이 가벼워질 수도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정당은 후보 검증과 공천 시스템에 허점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선관위는 허위 조작 사건을 일으켜 동정심과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시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지 살펴야 할 것이다.

이제 수사의 핵심은 범행 동기와 대가 관계, 증거인멸 시도 여부를 끝까지 밝히는 데 있다. A 씨가 친분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가가 있었는지, 캠프 내부에서 어디까지 인지하고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또 정 전 후보 부친 계열사 직원 동원 의혹, 여론조사기관 공정성 논란, 진단서 발급 과정의 의료법 위반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 특히 선거 제도를 흔든 사건인 만큼 개혁신당의 부산시장 후보 공천 과정도 수사 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범행이 들통났는데도 선거 완주를 강행한 것이 순전히 혼자만의 결정인지, 아니면 조직적 비호가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선거와 유권자를 농락하는 정치에 철퇴가 내려진다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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