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기탁금 인상에 청년 후보 힘들어한다니 아쉬워"
與 전대 기탁금 재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들이 당에 내야 하는 기탁금이 대폭 인상된 데 대해 "가능하다면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정치 신인의 출마 문턱을 지나치게 높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청년 후보의 기탁금 감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돈 때문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부정부패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의 '돈 안 드는 선거' 개혁이 없었다면 저도 정치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당 지도부 선거에서 기탁금이 대폭 상향되고 특히 청년 후보의 기탁금은 몇 배로 늘어나 청년 후보들이 힘들어한다니 아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직 국회의원들이야 보수에 정치자금까지 있으니 그나마 부담이 적겠지만 원외, 특히 청년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걸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 "청년기에 돈 없는 서러움을 안고 무수한 도전으로 기득권의 벽을 넘어온 선배로서 청년 후보들을 위해 그들의 후원 계좌 홍보라도 해 주고 싶다"라고 했다.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는 예비경선 등록 시 내는 기탁금을 포함해 총 1억 원과 5000만 원을 각각 내야 한다. 예비경선 기탁금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모두 기존 500만 원과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만 39세 이하 원외 청년 후보에게는 50%를 감면해준다.
기탁금 부담은 청년 후보들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고위원 후보인 정민철 정책위 부의장은 기탁금 20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계좌를 공개하고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러나 해당 방식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법적 검토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모금액을 전액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최근 이 대통령을 비판한 유시민 씨 등을 공개 비판하는 등 친명(친이재명)계 행보를 보여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결과적으로 정 부의장 등 청년 후보들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관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기탁금 인하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당원 수 증가에 따라 선거 비용도 늘어 기탁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고 송영길 의원도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기탁금이 아니라 더 넓은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는 기탁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두고는 당무 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에게 당론 결정 참여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헌법상 독립된 정치조직인 정당의 자율성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헌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당무 하나하나에 의견을 내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직접 반박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당무 개입을 주장한 한 누리꾼을 향해 "선거 관련 업무가 아닌 일상적 정당 활동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법률과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으로서 소속 정당의 당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게 돼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며 "급작스러운 청년 기탁금의 과도한 인상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당무 개입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가 청년 기탁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특정 후보를 편들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민주당, 정부를 포함한 집권 세력의 청년 인식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가지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