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남 지역 올해 첫 폭염중대경보, 안전 대책 강화해야
'생명 위협 수준 더위' 남부권까지 확대
기후 변화 맞춘 대응 시스템 구축 필요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6일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폭염이 심상치 않다. 기상청이 지난 24~26일에 걸쳐 경남·북, 대구, 전남 등 남부권 곳곳에 폭염중대경보를 내렸다. 경남에서도 지난 25일 양산과 의령에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데 이어 26일엔 경남 양산·김해·밀양·의령·함안·창녕·합천 중부 등 경남 중·남부 지역으로 그 범위가 빠르게 확대됐다. 남부권 전체가 용광로처럼 달궈진 것이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8도를 넘거나 일 최고기온이 39도 이상 솟구칠 때 내려지는 최상위 경고다. 기상청에 따르면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더위”를 말한다. 과거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대표되던 특정 내륙의 극한 더위가 이제 남부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남부권으로의 폭염 확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다와 가까워 극단적 더위까지는 피하던 지역들인데, 올해는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곳으로 바뀌어버렸다. 부산·울산·경남에는 부산과 울산, 거제, 통영, 남해 정도만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진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경남에는 지난 22일 고성에서, 지난 23일 사천에서 각각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오는 등 폭염 피해도 본격화했다. 남부권으로 극한 더위가 확산하는 것은 여름철 한반도 기후 지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기후 변화에서 비롯된 위기는 한반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대륙을 강타한 폭염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의 문제다. 프랑스와 스페인에는 산불이 번져 30만 명이 대피하는 등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3개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산불로 인한 국가비상사태가 처음 내려졌다. 스코틀랜드나 영국 등 여름엔 비교적 선선한 날씨를 보이던 나라들도 연일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북미의 경우 캐나다에서 최근 열흘간 산불 수백 건이 발생해 그 연기가 미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는 그동안 기후 변화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를 외면한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폭염은 이제 일상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이자 ‘조용한 살인자’로 인식돼야 한다. 폭염에 대한 대응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의무이자 인권의 문제다. 국가적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로 구축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됐다. 단기 안내 문자 발송식 대응을 넘어 장기적으로 기후 적응형 대응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폭염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 불평등한 재난이다. 건강한 사람도 위험하다는데 쪽방, 거리, 야외 등 더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존의 나날들이다. 당장은 폭염이 누구의 생명에도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 곳이라도 더, 한 사람이라도 더 둘러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