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 AI 청사진에 재난 복원력을 함께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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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동아대 대학원 재난관리학과 책임교수

인공지능(AI)은 도시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항만은 물류를 최적화하고, 공장은 생산을 예측하며, 행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AI가 만드는 편리함 뒤에는 간과하기 쉬운 질문이 있다. ‘AI가 멈추면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이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오늘날 재난을 여러 시스템을 타고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로 설명한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한 장애가 다른 시스템으로 전이되며 새로운 위험을 낳는다. 에너지, 원자력, 정보기술, 통신, 금융, 교통, 의료, 식량, 방위산업 등 기반시설은 촘촘히 연결돼 있다.

AI가 멈추면 물류·행정·금융도 멈춰

초연결 사회에서 장애 전이되면 위험

위기 발생 때 핵심 기능 지속이 중요

부산시 AI 산업도시 전략도 마찬가지

원전·송전망 타격 땐 항만·공장 '스톱'

기획·설계 단계부터 보안·안전 고려를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무정전 전원 장치의 배터리 화재가 장비 보호를 위한 선제적 전원 차단으로 이어졌고, 정부 업무시스템 수백 개가 영향을 받았다. 민원 서비스는 중단됐고, 우체국 금융과 택배 업무에 차질이 생겼으며, 모바일 신분증 역시 사용할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시설 장애가 행정과 금융, 물류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연쇄 재난이었다.

더 아쉬운 점은 이 위험이 예견됐다는 사실이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전과 공주 센터 간 이중화 네트워크 구축 예산이 요구액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평상시에는 매몰 비용처럼 보였던 백업과 네트워크 이중화가 막상 위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복원력이었던 셈이다. 당장의 효율을 앞세워 연결망의 안전장치를 줄이는 순간 시스템 전체의 취약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앞으로 이러한 위험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이 연결된 AI 기반 사회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클라우드, 전력망이 동시에 작동해야 인공지능도 기능한다. 네트워크가 멈추면 AI가 멈추고, AI가 멈추면 물류와 생산, 행정과 금융의 의사결정까지 함께 멈춘다. 이제 안전은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위기가 발생해도 핵심 기능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를 묻는 재난 복원력(disaster resilience)과 연속성(continuity)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는 AI 산업도시 전략도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AI 기반 스마트 항만과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동부산 미디어 AI 특구, 서부산 AI산업 운영센터 조성 등을 제시했다. 부산의 경쟁력을 높일 적절한 방향이다. 다만 AI 항만과 스마트 공장, 데이터센터도 결국 전기와 네트워크 위에서만 돌아간다. 부산의 전력은 상당 부분 인접한 고리 원전과 송전망에 기댄다. 더구나 이런 시설은 사이버 공격만이 아니라 방화, 테러,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현실이 된 드론 위협 같은 물리적 공격에도 노출된다. 도시가 의존하는 ‘소수의 급소’는 노리기 쉬운 표적이며, 그 한 곳이 무너지면 항만과 공장, 특구가 한꺼번에 멈춰 선다. 여기에 핵심 기술 유출을 막는 산업 보안까지 더해진다. 물리적 보호와 대(對)드론 방호가 더 이상 국방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기반시설의 기본 요건이 된 까닭이다.

그래서 이제는 제도를 꼼꼼히 연결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재해영향평가, 정보보호 사전점검,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취약점 분석 및 평가, 국가중요시설 방호 계획 등 다양한 사전평가 제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각각이 개별 법령과 기관 안에서 분절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와 기반 시설에는 재난 위험과 사이버 위협, 물리적 공격, 산업보안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제도를 연계해 ‘초연결 복합 위협에 대비한 생애주기 통합 영향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위험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5년, 10년 뒤 예상되는 복합 위협과 연쇄 효과까지 검토해야 한다.

안전은 시설 완공 뒤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다.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보안과 안전을 고려하는 ‘처음부터 안전과 보안을 고려한 설계’가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 대드론 방호와 물리적 보호, 사이버 및 산업보안 역시 AI 도시 청사진에 밑그림부터 함께 담겨야 한다. 부산시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남부발전, 부산항만공사 등 공공기관, 통신기관, 민간, 국정원, 경찰 등이 동일한 위험지도를 공유해야 한다. 특정 시설이 멈출 때의 연쇄 파급력을 함께 분석하고 개선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첨단 도시는 기술의 나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음 위기는 우리가 가장 약하게 연결해 둔 고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위험은 사고 뒤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전에 준비하는 것이야 한다. AI 산업도시를 꿈꾸는 부산의 청사진에는 눈부신 혁신만큼이나 치밀한 재난 복원력이 함께 그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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