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물썰물] 젊어진 후쿠오카의 교훈
초고령화, 저출생, 청년 유출과 수도권 일극화, 그 결과 지방소멸의 악순환. 아이 울음 그친 곳에 노인만 늘어나는 일본은 한국의 반면교사다. 일본 인구는 2010년 정점을 찍은 이래 13년째 감소세다. 올해 65세 이상 비율도 역대 최고인 29.1%다. 하지만 지방 중 후쿠오카만 추세를 역행하는 ‘회춘’과 인구 증가로 주목된다.
올해 후쿠오카시 인구는 164만 1571명. 2014년 144만 4783명 대비 13.6% 늘었다. 170만 명을 돌파해 전국 7위에서 6위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성장의 비결은 청년 인구 증가다. 15~29세 비율은 17.6%인데, 이는 도쿄 도심 23구(16.9%)와 오사카시(16.5%)까지 제친 명실상부 전국 1위다. 대학 진학과 취·창업을 위한 내외국인 ‘젊은 피’ 유입 덕분이다. 평균 연령은 2007년 40.8세에서 2023년 44.4세로 올랐지만 노인 인구 증가세를 감안하면 되레 한참 젊어진 셈이다.
후쿠오카는 천지개벽 중이다. 규제를 풀어 원도심을 획기적으로 재개발하는 ‘텐진 빅뱅’, 하카타역 재개발 사업 ‘하카타 커넥티드’로 첨단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국내외 유망 기업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도심 폐초등학교를 창업의 산실로 만든 ‘후쿠오카 그로스 넥스트’(Growth Next)는 스타트업 성지로 약동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월 25일 ‘지난해 62개 사가 후쿠오카에 진출했고, 지난 10년 사이 1만 8000개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분석했다. 지방소멸 중인 나라에서 후쿠오카만 활력이 넘치는 기현상 이면에는 살기 좋고, 또 살고 싶은 도시의 매력이 있다. 문턱 낮은 주거비와 육아, 교육, 의료, 교통 서비스가 사람을 끌어 모은다.
부산은 2007년 후쿠오카와 자매결연했다. 두 도시의 언론, 대학, 기업, 기관은 2006년 도시 발전 전략을 공동 모색하기 위해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발족했다. 17회 포럼이 지난 18~19일 부산에서 열렸다. 두 도시의 전략은 닮았다. 첨단 인프라 기반 위에 창업하기 좋은 도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 도시, 안전한 문화관광 도시…. 하지만 부산은 결연 당시 353만 8031명 인구가 올해 326만 4616명으로 주저앉았다. 매년 청년 1만 명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저출생·고령화가 겹친 탓이다. 급기야 특별·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 단계’에 진입한 건 무참한 대목이다.
글로벌 허브도시는 ‘노인과 바다’가 아니다. 후쿠오카의 성공이 부산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면 젊어진 후쿠오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2024-10-21 [18:11]
-
[밀물썰물] 비만을 이긴다?
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화제다. 덴마크에 있는 제조사의 임상시험에서 평균 14.8%의 감량 효과를 보인 약이라는데, 비보험이라 한 달분 가격이 100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전국의 병원 전화가 처방 문의로 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단순히 뚱뚱하다고 비만인 건 아니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렇게 정했다. WHO는 나아가 1996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이후 세계는 비만과 전쟁에 돌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는 9억 명이 넘는다.
당초 사람들은 비만은 의지의 문제, 즉 식단 조절과 운동 등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여겼다. 저탄고지니 간헐적 단식이니 하며 숱한 다이어트 방법이 개발되고 유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은, 바로 약이다.
위고비로 인해 인류가 비만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기대하는 모양이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약물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약물을 공동 개발한 학자 3명이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최근 받았다. 이들은, 비록 탈락했지만, 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유력시됐었다. 그만큼 위고비, 정확히는 ‘GLP-1’이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GLP-1에도 부작용이 보고됐다.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위무력증이나 장폐색, 근육 감소, 구토,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이다. 더 치명적인 건 약을 끊으면 바로 다시 살이 찔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위고비 주사를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다. WHO가 단정하는 비만이 꼭 옳냐는 것이다. 19세기에 고안된 BMI 산식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BMI 30’이라는 기준도 아리송하다. WHO가 이 기준을 적용할 당시 비만 치료제 관련 제약회사들의 집요한 압력이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참고로, 대한비만학회는 WHO보다 범위를 더 넓혀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비만이 죄악처럼 여겨지는 작금의 세태가 어쩌면 특정한 상업적 목적 아래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리 본다면 비만과의 전쟁은 어쩌면 허상을 이기려 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2024-10-20 [18:17]
-
[밀물썰물] 스타링크
눈을 의심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펼쳐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스페이스X의 화성탐사선 스타십 시험비행 이야기다. 길이 71m 내부 직경 9m의 초대형 로켓이 우주를 향해 발사된 후 7분 만에 발사 지점으로 돌아와 거대한 젓가락 모양의 로봇팔에 살포시 안겼다. 기상천외한 방식을 생각하고 현실로 만든 일론 머스크와 엔지니어들은 “오늘은 엔지니어링 역사책에 기록될 날”이라며 감격했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사체로 꼽히는 슈퍼헤비 로켓 회수에 성공함으로써 우주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페이스X는 2016년 슈퍼헤비보다 작은 로켓 ‘팰컨9’을 자체 역추진 방식으로 해상 무인선 위로 회수해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을 알린 바 있다. 우주개발은 로켓 발사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이 진입 장벽인데 발사체 재사용으로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상업적 우주개발이 본격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인류가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고 궁극적으로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한다는 게 머스크의 목표다.
그런데 상업적 로켓 발사는 전 세계를 우주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겠다는 머스크의 꿈을 먼저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름하여 스타링크 프로젝트다. 팰컨9을 이용해 500~1000㎞ 저궤도에 위성을 한 번에 수십 기씩 무더기 발사 중이다. 2019년부터 7000개를 쏘아 올려 지역별 서비스를 시작했고 4만 2000개까지 궤도에 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인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지상 통신망이 초토화했는데 위성통신을 제공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현재 전 세계 가입자 수가 400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는데 내년 초면 서비스 요건을 갖춘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에겐 아직 보완적 성격이 강하지만 위성통신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 등 초연결 시대의 핵심적 인프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뉴스페이스 시대를 쫓아가기 위해 개청한 우주항공청이 출발부터 삐걱대는 우리의 모습이 씁쓸하게 오버랩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2024-10-17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