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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위상 추락 AG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대회 기간 환희와 감동, 눈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아시안게임 위상과 흥행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개최국 일본과 한국이 맞붙은 여자축구 준결승 경기 관중은 고작 998명에 불과했다. 결승전 관중도 6240명에 그쳤다. 개회식조차 저조한 관중 동원을 하며 아시안게임의 위상은 시작부터 말이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도 위상 추락에 한몫했다. 대회 조직위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선수단 숙소를 컨테이너 임시 선수촌과 크루즈선, 호텔 등에 분산했다. 컨테이너 숙소는 침대가 지나치게 작고 물이 새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크루즈선 숙소에서는 조직위가 남녀를 한 방에 배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선수단 수송 문제도 심각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일본과 결승전 당일 오전에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도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했고,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야구대표팀, 남자 배구 대표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특히 남자 배구 대표팀은 셔틀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훈련이 무산되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직위는 크루즈선 숙소 접안 기념행사에서 아이치현 출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분장한 인물을 내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도요토미는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남자 하키 한국과 방글라데시 경기를 앞두고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나왔고, 우승을 차지한 남자 축구 경기에서는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았다.
조직위의 극단적인 비용 절감은 아시안게임의 위상 추락을 부추겼다. 충분한 스폰서 확보에 실패한 조직위는 대회가 흥행 실패로 이어지자 곳곳에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심지어 단체전 예선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메달을 수여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직후 부랴부랴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개최 시기를 기존 짝수 해에서 홀수 해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시안게임을 하계 올림픽 직전 해에 개최해 일부 종목을 올림픽 예선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상급 선수들의 출전을 유도해 대회의 관심도와 흥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2030년으로 예정된 카타르 도하 하계 아시안게임이 1년 뒤인 2031년에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성 선임기자 paperk@
2026-10-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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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외면받는 청약통장
1977년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목화아파트 분양 경쟁률은 44.6 대 1이었다. 312채를 공급한 이 단지에 1만 3926명이 신청한 것이다. 주변 사람의 이름을 빌려 100채 이상을 한꺼번에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목화아파트를 필두로 1977년 공급된 여의도 아파트들은 선착순 분양 방식이나 추첨 방식을 주로 택했다. 그러나 이 방식이 부동산 투기와 소유의 편중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자 체계적인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1977년 8월 주택청약 제도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 제도에선 공공부문 주택의 청약 자격을 국민주택청약부금 가입자로 한정했다. 이듬해인 1978년부터 민영주택에도 주택청약 제도가 적용됐다.
주택청약 제도는 주택보급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원을 공급했다. 선(先)분양 제도를 통해 분양받는 사람들이 건설사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면 건설사는 이 돈으로 건설 자금을 충당했다. 수요자들이 주택청약 상품에 가입해 붓는 예치금은 저리로 공공부문의 주택 재원으로 사용됐다. 과거 청약통장에는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저축이 있었다. 청약 예금·부금은 민영주택(부금은 85㎡ 이하), 청약저축은 국민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었다. 2009년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모두에 청약할 수 있는 ‘만능 청약통장’이었다. 2015년 9월부터 청약예금·부금 신규 가입이 중지됐고, 주택청약종합저축에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2024년 10월부터 기존 청약예금·부금·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바꿀 수 있는 ‘입주자저축 전환 제도’를 시행 중이다.
20·30대의 청약통장 해지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30대 청약통장은 2024년 5만 좌(가입 153만, 해지 158만), 2025년 7만 좌(가입 106만, 해지 113만)가 줄었다. 올해는 8월까지 8만 좌(가입 67만, 해지 75만)가 줄어 지난해 연간 순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선 치솟는 분양가와 높은 경쟁률, 엄격한 대출 규제 등으로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올 8월 기준 서울에서 분양된 전용 59㎡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5억 9343만 원이었다. 반면 지방에선 미분양이 많아 청약통장 없이도 신축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다. 청약통장은 절약해서 모으면 미래에 번듯한 집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의 징표였다. 하지만 20·30대가 청약통장을 외면하는 세태를 보면서 청약 제도의 주거 사다리 역할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2026-10-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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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저출산과 병역 특례
국방만큼 저출산 리스크에 노출된 분야도 드물다. 1970년대 국군 상비 병력은 60만 명 정도였다. 북한보다 재래식 무기가 모자라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보병의 수로 부족한 화력을 상쇄하려 했다.
그러나 60만 명은 군대의 적절한 수용 범위를 넘어선 규모였다. 248km 휴전선 철책 전체에 보병 사단을 촘촘히 박아 넣고도, 군인이 남았다. 방위병과 전투경찰 제도를 대규모로 운영했던 것도 남는 국방 병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1973년 병역특례제도가 도입된 것도 징병 자원이 풍부해서였다. 당장 군인을 늘리는 것보다, 북한과의 국력·메달 경쟁에서 앞서는 게 국익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때였다. 군인은 어차피 많았다.
이후에도 상비 병력은 꾸준히 늘었다. 1980년대 말 65만 명에 도달했고, 1990년대 중후반에는 69만 명 수준까지 늘었다. 북한이 병력을 늘린 것이 확인돼, 정부도 군인 수를 늘렸다. 해군, 공군, 기계화 부대 등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군인 수요도 생겼다. 1995년 방위병제 폐지로 현역 입대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나라가 부강해진 것도 병력 증가와 관계가 깊다. 70만 명 가까운 대군을 운영해도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이 탄탄해졌다.
2000년대 초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1980년대부터 나타난 저출산의 영향과 군복무 단축 효과가 겹쳐 군인 수가 줄기 시작했다. 2010년 상비 병력은 65만 명으로 줄더니, 2018년 말에는 59만 명대로 떨어졌다. 60만 명이 깨진 건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이었다. 5년도 안 돼 2022년 50만 명 선도 무너졌고, 지금은 45만~47만 명 수준이다.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30년대까지는 직업 군인을 늘려 지금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2040년대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병력은 20만~30만 명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60만 명을 운영하던 국방 시스템은 더는 작동하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2026년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축구 대표 등에 대한 병역 특례 논란이 거세다. 징집병은 많고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는 바닥이던 시절, 국위 선양을 위해 만든 병역특례제도를 이제는 크게 손질해야 한다. 더불어 어떻게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한 전투력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군대를 만들지도 더 고민해야 한다. 수년 뒤 징집 가능 인원수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2026-10-06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