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경기장] 1일 태극기 물결속 "대한민국 만세"
주몽후예 기염··· 女이어 男도金
○···1988년 10월 1일 한국의 남녀 명궁들이 세계를 제패한 날이자 「소녀 신궁」 김수녕(金水寧)이 한국의 올림픽 출전사상 첫 2관왕의 대위업을 달성한 이날은 분명 한국 올림픽사에 길이 빛날 역사적인 날이었다.
바로 하루전 여자개인전서 메달을 독점,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개의 태극기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던 화랑양궁장에는 그때의 감격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태극기가 2번씩이나 오르며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딸들이 시상대에 우뚝 서 화랑양궁장은 완전히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1천여 관중석을 빽빽히 메운 관중들은 마지막 활을 다 쏜뒤 점수판에 한국 남녀팀의 1위가 확정, 게시되자 일제히 일어나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 양궁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날 관중석에는 또 한국선수들의 가족들이 나와 경기 모습을 초조히 지켜보다 한국이 남녀단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자 서로 얼싸안고 뒤엉킨 채 감격의 환호성을 올렸다.
연습이라 생각하라
○···한국 여자양궁팀은 경기초반 30m에서만 1점차로 1위를 인도네시아에 넘겨준뒤 50m에서 정상을 탈환, 끝까지 5~9점차의 여유 있는 경기를 펼쳐 관중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편 예선 6위로 어렵게 결승에 오른 남자선수들은 미국과 2~3점차의 숨막하는 승부를 벌였다.
70m경기가 끝날때까지 미국에 2점차로 뒤지다 90m거리 2번째 발사에서 5점차로 역전시켰고 관중들은 「황금과녁」을 응시하며 우리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서거원코치는 마지막 3발씩을 쏘러나가는 전인수 박성수 이한섭등 세선수에게 『편하게 연습이라 생각하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이들의 등을 두드렸다.
쌍안경을 표적에 고정시키고 9발의 향방을 확인한 감독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뛰어나갔다. 이순간 숨을 죽이고 있던 관중들도 「와」하는 함성과 함께 벌떡 일어났다.
여자양궁의 그늘에 가려있던 남자 양궁이 세계정상에 오른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쾌거를 이룩한 3명의 선수와 코칭스탭은 한데 엉켜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관중들도 이들의 장거에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남녀양궁이 세계정상에 오른 이날 화랑양궁장엔 감격의 물결이 오래동안 소용돌이 쳤다.
감독 헹가래
○···이날 경기가 끝난뒤 여자팀의 이기식코치와 남자팀의 서거원코치는 부둥켜 안은채 서로의 노고를 치하.
이들 코치는 이어 남녀 선수들과 함께 본부석으로 올라가 이날 경기를 관전한 윤길중 민정당 대표위원과 김영삼민주당총재 정몽구 대한양궁연맹회장 등에게 인사를 나눈뒤 그라운드로 내려와 정몽구회장과 김일치감독을 차례로 헹가래.
김감독은 이들 선수의 헹가래를 받은뒤 선수들을 일일이 껴안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며 선수들의 선전에 보답.
국민 성원 덕분
○···한국양궁팀의 김일치감독은 금메달 4개중 3개를 따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오로지 양궁에 관심을 갖고 끝없이 성원해준 국민들의 덕분이라고 우승소감을 피력.
김감독은 특히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각광을 받게된 것은 각학교나 팀의 선생님들이 훌륭하게 지도해준데다 이들 선수를 인계받은 대표팀 코치들이 열심히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감독은 한국대표팀의 코치는 임기응변적인 코치가 아니라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코치라며 그동안 각팀에 대한 전력분석 장비 등에 대한 연구로 밤잠을 설치며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김감독은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은 모두 전용경기장에서 치러졌으나 양궁은 화랑연병장을 빌어 경기를 치르게 돼 아쉬운 감이 있다면서 이번 쾌거를 계기로 전용 양궁장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상집 분위기
○···세계최강임을 자부해오던 소련여자양궁팀은 1일 단체전서 큰 점수차로 입상권 밖으로 밀려나자 초상집 분위기.
이날 50m서 한국에 22점이나 뒤져 7위로 떨어진 뒤 분전했으나 초반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에 19점이나 모자라는 933점으로 4위에 머문 것.
경기가 끝난뒤 아르잔니코바 부투조바등 소련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에 들뜬 인도네시아와 미국선수들 뒤에서 묵묵히 장비를 챙기거나 의자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기도.
金보다 더 흥분
○···올림픽양궁 여자단체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는 올림픽 출전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들보다 더 흥분.
인도네시아는 이날 30m에서 한국을 누르고 1위로 출발한 뒤 계속 미국과 접전, 952점으로 동점을 이뤘다.
인도네시아는 승부쏘기(슛오프)에서 미국을 제치고 은메달이 확정되자 인도네시아의 선수 임원, 취재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어쩔줄을 몰라하기도.
우뢰같은 박수
○···금 은 동메달 1개씩 3개의 메달이 쏟아진 상무체육관에는 이날 5천여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로 열기가 가득한 가운데 태극기가 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이뤘다.
결승 및 준결승에 오른 3명의 우리나라 선수가운데 가장 먼저 벌어진 레슬링 자유형 57kg급 3~4위전에서 노경선이 터키의 아메드선수를 제압,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팀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
이어 벌어진 68kg급 결승전에서는 박장순선수가 소련의 하드자에트선수를 맞아 분전했으나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자 관중들은 20세의 어린 나이에 결승에 오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기도.
계속된 메달획득에 크게 고무된 관중들은 이날의 기대주 한명우선수가 머리에 붕대를 싸맨채 경기장으로 나서자 『금메달, 금메달』을 외쳐 이번만큼은 금메달이 나올것으로 기대했으며 한선수가 한점 한점 점수를 더해가며 리드하자 관중들은 실내체육관이 떠나갈듯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
이웃주민 50명 응원
○···한국 레슬링에 3개의 메달이 쏟아진 이날 상무체육관 관중석에는 자유형 82kg급 결승에 오른 한명우선수의 부인 황덕심씨(33)가 큰아들 기일군(7)을 데리고 나와 한선수의 경기를 관전했는데 어머니 이종순씨(57)는 『내가 경기장에 나가면 아들이 경기하는데 오히려 부담만 줄것』이라며 사양해 동네 이웃주민 50여명과 함께 나왔다고.
황씨는 남편이 적은 점수차이로 리드를 지켜 나가자 기일군의 손을 꼭 잡은채 매트만을 뚫어질듯이 쳐다보며 말없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다 경기종료 휘슬과 함께 승리가 확정되자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을 껴안은채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또 한편의 스탠드에서는 이날상오 자유형 68kg급 경기에서 박장순선수가 캐나다 데이비드 멕케이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자 영업용 택시를 전세 내 급거 상경한 박선수의 고향(충남보령군청소면진죽리) 주민 50여명이 박선수의 부모와 함께 자리를 잡고 열띤 성원을 보내기도.
선수들 울음바다
○···여자탁구 단식 1,2,3위를 휩쓸어간 중국의 천징 리후이 펀 자오즈민은 모두 울어서 눈이 붉게 충혈된채 기자회견장에서도 훌쩍거리며 들어왔다.
자오즈민은 계속 우는 이유를 묻자 『중국팀이 1,2,3위를 모두 차지해 감격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두 선수 모두 같은 대답이었지만 특히 2위의 리후이 펀은 『중국국기 3개가 나란히 게양돼 조국에 영광을 안겨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면서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1위를 한 천징은 세계규모의 대회 2번째 출전에 우승을 할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팀동료들을 눌렀다는 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밝혔다.
우승후보로 꼽힌 자오즈민이 준결승전에서 졸전끝에 동메달에 그친 것과 관련, 자오즈민 『상대가 실력이 나았기 때문』 이라고 답하고 동메달에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시에린코치는 이번 서울올림픽에서 중국팀이 남자 복식과 여자단식 등 2개의 금메달을 딴 것은 『세계탁구가 급성장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응원전 함성 대결
○···헤비급결승전이 벌어진 잠실학생체육관은 미국의 레이 머서가 1일 상오10시46분께 링 아나운서에 의해 소개되자 한국관중들은 체육관이 떠나갈 듯 야유를 보내는 한편 미국관중들은 『USA』를 외치며 큰 소리로 환호.
이어 한국의 백현만이 소개되자 한국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로 장내는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으며 미국 관중들은 이에대해 「우」하는 함성으로 야유를 보내기도.
『한국·한국』을 외치는 한국관중과 『USA, USA』를 외치는 미국관중들의 함성으로 5천여명의 관중이 들어찬 잠실학생체육관은 떠나갈 것 같은 함성으로 뒤범벅.
KO패로 실망
○···아시아에서 최초로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놓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백현만과 미국의 레이 머서가 종소리와 함께 첫라운드를 시작하자 한국과 미국관중들은 양선수들의 공격마다 큰 소리로 함성을지르며 응원전을 폈으나 백현만이 예상을 뒤엎고 1회 2분16초만에 레이 머서에게 KO로 쉽게 무너지자 선전을 기대했던 상당수 한국관중들은 이에 실망, 대부분 체육관을 떠났다.
간발의 차로 우승
○···미국의 커누선수 그레그 바턴(29)은 1일 감동어린 드라마를 연출.
이날 미사리 경기장에서 펼쳐진 남자 카약 1인승및 2인승 1000m경기서 우승, 2관왕이 되었다.
카약 1인승 1000m경기 스타트와 함께 호주의 그란트 데이비스, 동독의 안드레 보흘레베 선수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바턴은 뒤처져 메달권 진입도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바턴은 골인지점이 가까와 올수록 노젓는 손놀림이 빨라지면서 데이비스선수와 거와 동시에 골인했다.
사진판정결과 바턴이 0.01초 차이로 우승, 역전승한 것이다.
이어 거행된 시상식에서 바턴이 오른쪽 다리를 절뚝이며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주위는 잠시 숙연해졌으며 곧이어 관중들은 신체장애의 핸디캡을 극복한 그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바턴은 태어날때부터 오른쪽 발목이 안으로 굽은 신체장애자. 그는 13세때까지 4차에 걸쳐 수술을 받았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지금도 걸을때면 발을 전다. 그러나 이같은 신체적 핸디캡은 그의 인생항로에 장애가 되지 못했다.
미시건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우등으로 대학을 졸업,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플로어 건설회사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끝까지 자리지켜
○···한국-소련의 남자핸드볼 결승전이 열린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은 자리가 꽉 차 통로마저 제대로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인 가운데 2만5천여를 헤아리는 관중들이 한국의 선전에 열광.
관중들은 한국이 후반 중반께 기세를 올리며 22-21로 1점차까지 따라붙자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비록 한국이 큰 점수차의 패배로 결말이 났으나 거의 자리를 뜨지않고 시상식을지켜보며 은메달 획득의 쾌거를 축하.
관중들은 시상대에 오른 한국팀 선수들중 강재원 이상효 등의 주전들과 부친상을 당하고도 굴하지 않고 싸운 심재홍의 이름이 호명될 때 큰 박수로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함성을 올렸다.
존재의미 실감
○···이번 올림픽에서는 일본 선수가 유도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해 경기에 앞서 부담감이 컸으나 無의 심정으로 아무런 사심 없이 싸워 금메달을 따게 됐다.
유도 95kg이상 헤비급에서 동독의 스토에르에게 주의승을 거둬 유도종주국 일본의 체면을 겨우 세운 사이토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거구에 어울리지않게 눈물을 흘렸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이어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이룩한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비교적 승승장구하며 좋은 성적을 올린 반면 서울에서는 처음부터 「경기의 흐름」이 좋지 않아 힘겨운 승리를 얻었다고 술회하고 『시상식에서 일장기가 올라가는 순간 그 어떠한 대가를 치른다해도 얻을 수 없는 감격을 느꼈으며 나 자신의 존재의미까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1일 남자 테니스 복식결승전에서 스페인의 크리스티나 공주(가운데)가 자국 선수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