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으로 도시읽기] <14> 장례식 '노잣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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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무난한 저승길 기원 주술, 일부 '과시용 돈자랑' 지나쳐 눈살

장례는 살아남은 사람이 겪어야 하는 '수난'이다.고인을 떠나보낸 슬픔 뿐 아니라 남의 입에 오르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유족들을 괴롭힌다.더구나 저승가는 '노잣돈'의 액수로 '정성'을 가늠하는 풍습으로 강박이 더해진다.최근에야 보기 어렵지만 얼마전까지도 원성이 자자하던 염습사나 장의사의 '노잣돈' 요구도 이런 풍습을 빌미삼아서였다.

사람을 '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이라 부른 마르셀이 사후여행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지만,우리에게는 저승에도 길이 있고 그 길을 가려면 노자가 필요하다.그래서 예로부터 '반함(飯含)'이라 부르는 쌀알을 사자(死者)의 입에 물려줬고,오구굿에선 무당이 광목천을 가르는 '길가름' 대목에서 상주와 친척들이 돈을 내놓았다.또는 창호지를 오려 일정하게 구멍을 뚫은 지전(紙錢)을 동네의 당산나무에 걸어 두었다.

요즘 '노잣돈'은 먼저 염습을 한 직후 관 속이나 관 위에 놓인다.집에 시신을 모신 경우엔 대문 밖에 망자의 신발을 내놓으면서 그 안에 식구수대로 돈을 넣는다.장의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노제를 지낼 때 돈을 내놓는데,그때마다 일쑤 을러메는 소리,'관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에는 누구나 머리카락이 곤두선다.가뜩이나 사령(死靈)의 해코지가 염려스러운 터에 '원한이 맺히면 관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사실일까 두려운 것이다.

이어 장의차가 다리나 터널을 지나갈 때나 장의차에서 시신을 꺼낼 때,혹은 묘터까지의 운구 도중에도 그럴싸한 고비마다 돈을 내놓아야 한다.매장인 경우엔 '달구질'을 할 때,그리고 화장인 경우엔 유골을 태울 때나 빻을 때 '수고비','청소비'라 불리는 돈을 내놓아야 한다. 돈,돈,돈 … 그야말로 돈으로 열어가는 길이다.

돈은 우주적 원리나 주력을 지닌 물건으로 여겨져 왔다.진시황은 원형방공(圓形方孔)의 엽전에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을 담아 우주에 두루 힘이 미치길 기원했다.우리 돈의 '원'이란 명칭도 '둥글 원(圓)'의 독음이되,이를 '환'으로 읽으면 '돈다'는 뜻이 된다.두루 잘 돌아서 나라를 떠받쳐주는 힘이 되라 기원하는 말이다.

위에서의 '신발'이나 '다리'에도 유념해보자.요즘도 물에 뛰어들거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자살자도 신발만은 가지런히 정돈한다.옛유물 중 영혼을 실어나르는 신발모양의 배가 있듯,신발은 요즘도 저승으로 가는 배로 여겨지는가 싶다.'다리'란 그 아래 흐르는 물과 함께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다.그 '다리'를 무사히 건넌다는 것은 저승길을 순행(順行)한다는 의미,혹은 그리되라는 기원이다.

하지만 요즘 일부 장례식에선 '과시용 돈자랑'이 지나치다.진정으로 고인을 위하는 상주라면 생각있는 장의업체 관련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망자(亡者)는 허례(虛禮)를 모른다.' 모르긴 하되 돈보다는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정성스레 퍼주는 쌀알이 도리어 저승길을 가는 힘을 줄 듯 싶다.

김정하.한국해양대동아시아학과 교수 jkim@kmaritim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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