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시대' 여걸들의 이야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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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 … 복수 … 여인네들의 거센 치맛바람

천하와 권력을 거머쥔 영웅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여인네들의 치맛바람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1TV 사극 '무인시대'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관비 태생으로 의종과 최고권력자 이의방을 뒤에서 조종하는 무비,허수아비 왕들을 대신해 왕실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공예 태후,사랑하는 이를 두고 이의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첩이 되었다가 복수에 나서는 자존심의 상징 임씨,남편에게 맞바람을 피우는 이의민의 처 최씨 등이 그 주인공들. 마치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여인천하'의 속편을 보는 듯하다.

피비린내 나는 무신들의 거친 향연에 덧칠된 이들 여인의 야심과 음모 복수. 이는 '무인시대'가 '고려사 시리즈'의 전작들인 '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과 차별화되는 코드다.

샛바람이 부드럽게만 느껴지던 지난달 31일 '무인시대'의 녹화장인 수원드라마센터 인근 식당에서 드라마 속 여인들을 만났다.

의종의 첩에서 야인으로 전락한 '무비' 김성령은 화려한 궁중복 대신 평민복에 머리를 곱게 빗고서 나타났고,'공예 태후' 김윤경은 '촬영 전'이라며 캐주얼 차림이었다. 태후의 동생 '임씨' 유혜정은 트레머리만 이고서 등장했다. 이의민의 처 '최씨' 정선경은 이날 촬영이 없었다.

김성령은 '오늘 의종의 곁을 도망나와 절에서 이의방(서인석)과 하룻밤을 보내는 날'이라며 '끌어안고 허벅지를 베고 눕는 장면이 있어 고기냄새 풍기면 안되는데'라며 연방 손부채를 흔들어댄다.

마주 앉은 김윤경이 '좋지 뭘' 하더니 대뜸 '너 언제쯤 죽냐'고 따지듯 묻는다. '왕의 자식을 12명이나 낳고도 도망치고 우리 자식들(의종 명종)까지 괴롭히는 못된 년…'이라며 극중 한 장면을 짐짓 연출해 보인다. 그러자 김성령은 '아드님들을 모두 물리친 뒤에 7월쯤 사라질 거예요. 호호'라며 태연하게 넘긴다.

극중 무비는 그의 전작인 '조광조'의 표독한 경빈 박씨,'왕과 비'에서 질투심에 불타는 폐비 윤씨를 합쳐놓은 듯하다. 악역 단골이라는 물음에 김성령은 '주연은 대개 선한 사람인 데 반해 조연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대부분 반대역할을 맡기 때문'이라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그간 사극을 많이 해 봤지만 이번 작품은 대사소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별령행수니 공부낭중 같은 요즘 쓰지 않는 직책들과 대사가 제법 긴 전략을 말해야 되는데 자주 버벅거리게 되죠.'

15년만의 사극 출연인 김윤경은 '사극 좀 하게 해달라고 노래를 한 끝에 이제야 소원성취했다'며 기뻐하는 눈치다. 하지만 위엄을 살리려 고함을 지르고 눈에 힘을 주다보니 기운이 달릴 때가 많다고. '초반에는 3주 동안 몸살로 고생했죠. 대사 호흡을 좋게 하기 위해 요즘엔 술도 끊고 촬영 있는 날은 점심도 걸러요.'

데뷔 후 첫 사극 출연인 유혜정은 '지난주 첫 녹화하고 집에 가서 그대로 기절했다'며 야구선수인 남편 서용빈의 걱정이 대단했단다.

유혜정이 맡은 임씨는 이의방의 여자라는 점에서 무비와 같은 운명. '사실혼' 관계인 무비와 달리 엄연히 이씨 호적에 오른 첩이지만 유혜정은 임씨를 '불쌍한 인물'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정균(이민우)과 결혼을 앞두고 이의방에게 겁탈 당해 그만 첩으로 가는 비운의 여인입니다. 후에 이의방이 외출할 때 정균이 죽이도록 갑옷을 벗고 가도록 하는데,그런 면에서 역사를 뒤바꾼 여자죠.' 이들 외에 당시 집권세력들의 처첩들과 계모임을 하고 개경의 치맛바람을 주도하는 최씨 정선경과 무비의 보디가드 '오랑'으로 나오는 권이지도 '무인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무인시대' 안영동 책임PD의 말. '당시 역사적 사건들을 미뤄보면 여인들의 활약상이 컸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거기에 '여인천하'에서 집필했던 유동윤 작가가 섬세한 캐릭터들을 잘 묘사해 '무인시대'가 '여인시대'로 보여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수원=배동진기자 djba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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