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적응·스리백·손흥민 교체…3박자 맞아 떨어진 홍명보 용병술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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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체력 저하로 훈련 효과 톡톡
이기혁 깜짝 발탁 승부수도 성공
후반 24분 손흥민 대신 오현규 투입
결승골로 과감한 교체 카드 적중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한국의 2대1 역전승으로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한국의 2대1 역전승으로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16년 만의 월드컵 첫 경기 승리는 철저한 고지대 적응, 안정적인 수비 전술,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의 3박자가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2014년 감독 첫 월드컵에서 실패를 거울 삼아 홍명보 감독은 철저한 준비로 자신의 월드컵 감독 첫 승을 일궜다.

첫 경기를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가장 주안점을 둔 점은 '고지대 적응'이었다. 대회 기간 중 머물 베이스캠프로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를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낙점했고,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460m)에 사전 캠프를 차려 월드컵 3주 전부터 고지대 적응을 시작했다. 훈련의 결과는 체코전 경기 후반에 나타났다. 경기 하루 전 과달라하라에 입성한 체코 선수들은 경기 내내 몸이 무거웠다. 전력 질주를 자제하고 롱패스 위주의 단순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경기 막판까지도 체력을 유지하며 속공과 압박, 포지션 전환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홍 감독은 “체코 선수들이 후반전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후반부에 상대를 더 몰아쳤다”면서 “우리에게 아주 큰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홍명보 감독은 7월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부터 본격적으로 중앙 수비수를 3명 두는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선수들은 한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로 잇달아 패하면서 스리백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1년 동안 갈고닦은 스리백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김민재, 이한범, 이기혁으로 구성된 홍명보호 스리백은 상대에게 뒷공간을 쉽사리 내주지 않았고, 높이 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스리백은 수비 시 양쪽 윙백이 내려와 파이브백을 이루는 형태인데 이날 좌우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과 설영우가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홍명보 감독이 체코전에 내세운 베스트11에서 가장 낯선 이름은 이기혁이었다. 홍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강원에서 활약한 이기혁을 과감히 발탁해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김주성과 조유민, 김태현 등 중앙 수비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이기혁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손흥민 교체는 '홍의 한 수' 였다. 주장 손흥민을 오현규와 교체한 것은 실패할 경우 감독으로서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모험수’였다. 하지만 오현규는 후반 35분 결국 역전 결승골을 터트려내며 홍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개의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고 실수도 늘어났다.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의 동점골이 터진 직후인 후반 24분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퍼스타 손흥민이 월드컵 무대에서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난 것은 막내로 출전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다.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은 선택이었지만, 대신 들어간 오현규가 체코 수비진을 끊임없이 압박하며 활력을 불어넣은 끝에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영국 BBC는 “손흥민을 교체할 때만 해도 의아한 결정으로 보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다”며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감독의 가치가 드러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맞춤형 전략도 빛을 발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른쪽 측면에 배치한 윙포워드 이강인과 윙백 설영우를 전술 변화의 구심점으로 활용했다”고 체코 공략법을 공개했다 그는 “빌드업을 할 땐 이강인이 ‘하프 스페이스(중앙과 측면 사이 지역)’를 장악할 것을 주문했다”면서 “상황이 마무리 되면 반대편 지역으로 넘어가 ‘오버로드(특정 지역에 선수들을 밀집시키는 전술)’를 형성하고 마음껏 플레이하라는 당부를 곁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강인의 움직임에 상대 수비수가 끌려나오면 이 과정에서 생긴 배후공간을 설영우가 파고드는 게 우리가 준비한 패턴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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