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삐 풀린 수도권 규제, 지역 침체 가속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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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 지역 발전을 외쳐대고는, 돌아서서 수도권 육성 정책을 내놓는 게 이명박 정부의 그간 관행이었다. 박대해 의원(한나라당)이 밝힌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특례 현황' 자료에서도 정부의 진정성 없는 말의 성찬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982년 수도권 과밀화를 막는 '수도권정비 계획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정치권과 수도권 지자체가 완화 조치를 야금야금 추진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평택시 지원 특별법', '주한미군 공여지역 특별법',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같은 특별법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여기에다가 현재 수도권 의원들이 규제완화 법안 3건을 국회에 발의했다. 각종 특례법으로 경기도 내에서 공장과 대학의 신설과 증설은 물론 이전 제한이 풀린 지역이 4천112㎢에 이른다. 부산시 면적의 무려 5.4배에 해당된다. 규제가 속속 풀려 수도권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갈 이유도 없어졌다. 오히려 지역 중소기업들의 수도권 진입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회만 되면 기업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떠든다. 하지만 규제가 존재하는 것도 다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수도권 규제가 특정 정권 차원을 넘어 오랫동안 국민적 합의 아래 유지돼 온 것을 상기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화와 과밀화, 그리고 생태계 파괴의 부작용이 불러올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우려해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만든 것 아니겠는가.

정부는 한술 더 떠 최근 수도권정비계획법 자체마저도 폐지하려 한다. 지역 홀대 정책의 끝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지역과 수도권의 상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2012년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핵심권력을 수도권이 독차지하겠다는 발상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권은 내년 선거에서 지역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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