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로소이다' 제작현장 가보니, 1인 2역 주지훈 "곤룡포가 운동복처럼 편해요"
장규성(오른쪽) 감독과 주연배우 주지훈이 촬영 도중 대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한반도에서 왕이 주목받는 시절이다. 반도의 북쪽에선 지난해 말 20대의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했고, 남쪽에선 연말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래서일까. 영화마을에도 '왕'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지난 3일 서울 경희궁에선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촬영현장이 공개됐다. 이 작품은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세자 충녕(주지훈)이 자신과 꼭 닮은 노비 덕칠이 돼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점차 덕과 지혜를 갖춘 세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코믹 사극이다.
장규성 감독 5년 만에 코믹사극 도전
8월 개봉 앞두고 쉴 새 없이 '레디 큐~'
야간 촬영이 많은 작품이라서 이날 공개된 현장은 좀 싱거웠다. 왕세자와 똑같은 외모 때문에 하루아침에 세자 행세를 하게 된 노비 덕칠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궐 안을 걷는 장면. 주인공인 주지훈이 세자 충녕과 노비 덕칠의 1인 2역에 도전한 작품이다.
촬영 장면에서 덕칠은 자신을 보고 길을 비켜서며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들의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치며 의기양양하게 궐을 누볐다. 왕세자의 권위나 체통 따위는 없다. '레디 큐~' '컷~'이 몇 차례 오가더니 이내 감독과 배우들이 기자간담회 장소로 모였다.
역시 간담회의 관심은 주지훈에게 향했다. 드라마 '궁' 이후 두 번째 세자 역을 맡은 그는 더운 날씨임에도 "곤룡포가 운동복처럼 편하다"며 "영화 속 충녕대군 역할보다 노비 덕칠 역이 내 모습과 더 비슷하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옆에 있던 장규성 감독은 "주지훈은 세자다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하층민의 느낌이 있다"고 거들었다.
재미난 사실은 '만약 왕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배우들의 재치있는 답이었다. 극 중 영의정 신익 역을 맡은 변희봉은 "생김새가 이래서 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농으로 운을 뗀 뒤 "극 중 세종처럼 백성의 마음을 낱낱이 살피는 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호위무사 역의 임원희는 "환경 때문에 자가용 2부제를 실시하고 싶고, 인구를 줄여서 더 나은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대 왕 중 한 명을 연기하게 된다면 연산군을 맡고 싶다"며 "그나마 내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인 듯하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태종 역의 박영규는 "조선 태종이 장남을 폐위하고 3남에게 왕권을 넘겨준 것과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일의 셋째인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것은 닮지 않았느냐"면서 "형제를 죽이고 아버지를 유배 보내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태종이 주인공인 속편을 만든다면 꼭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 '이장과 군수'를 통해 편안하고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화법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장 감독이 5년 만에 도전한 코믹 사극을 통해 '왕'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8월 개봉이 벌써 기다려진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