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최병승 씨 고공농성 인터뷰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 송전철탑에서 99일째 농성 중인 최병승(오른쪽) 씨와 천의봉 사무국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김태권 기자 ktg660@"언제, 송전철탑에서 내려갈 지 기약이 없습니다. (내려가면 경찰에 먼저 가야겠지만)목욕탕에 가서 뜨끈뜨끈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묵은 떼를 씻어내고 싶습니다만 …."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인 최병승(38)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루빨리 내려가고 싶었는데 벌써 3개월이 넘었다"며 "지금은 내려가고 싶지만 내려 갈 수가 없다. 노사 교섭이 잘 돼야만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다 열기 하나 없는 7∼8㎡ 규모의 좁은 공간에서 천막과 스티로폼 하나로 바람과 비, 냉기를 피하고 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천근만근"이라며 "밑에 계신 동지들의 도움으로 3개월 넘게 버티고 있지만 매일 생리현상이나 씻지 못하는 것, 좁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고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회사로부터 해고 8년 만에 정규직 통보를 받았지만 거부했다"며 "사측이 불법파견 문제를 개인문제로 축소하기 위해 (나를)정규직으로 발령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불법파견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 내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이고 나를 정규직으로 발령했듯이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와 함께 고공 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천의봉(33) 사무국장도 "노조를 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해볼 것, 안해볼 것을 다해봤다"며 "꽁꽁 묶여있는 매듭을 풀기 위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22일)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어머니가 '이번 설에 집에 올수 있나? 없제'라고 했을 때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어설프게 내려가면 정규직 전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다시는 싸움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천 사무국장은 "현대차 내 모든 비정규직 동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이곳에서 절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기습적으로 50m 높이의 송전철탑에 올라갔다. 이들은 송전철탑 25m 높이에서 7∼8㎡ 규모의 좁은 공간에서 3달 넘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수십 명이 이들과 함께 송전철탑 주변에 천막을 치고 식사 등을 돕고 있다. 김태권 기자 ktg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