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는 '현대차 송전철탑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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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노노 갈등 심화 협상재개 기약 없이 세월만…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50m 송전철탑에 올라가 3달 넘게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오른쪽) 씨와 천의봉 사무국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김태권 기자

"언제, 송전철탑에서 내려갈 지 기약이 없습니다. 목욕탕에서 뜨끈뜨끈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묵은 떼를 씻어내고 싶습니다만…."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최병승(38) 씨는 혹한 속 3개월이 넘는 고공 농성으로 심신이 지쳐가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노조·이하 지회)의 송전철탑 고공 농성이 24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노사 등 5자간의 특별협의가 지난해 말 중단된 후 노사간은 물론 노노간에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협상재개의 기약없이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는 장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비정규지회 직접교섭 요구
사측 "법률상 불가능" 고수

△지회가 송전철탑에 올라간 까닭은?=최 씨와 지회 사무국장 천의봉(33) 씨가 기습적으로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 내 50m 높이 송전철탑에 올라간 것은 지난해 10월 17일. 이들은 9차례에 걸쳐 열린 특별협의가 지지부진하자 이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송전철탑을 택했다.

지회측은 불법파견 인정과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은폐하는 쓰레기안(3천 명 단계적 신규채용) 폐기, 신규채용 중단, 불법파견으로 노동자 임금 갈취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속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년간 나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 측의 탄압이었다"며 "2005년, 2010년, 2012년 등 3차례의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해 고공농성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3천 500명' 대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지난해 2월 대법원은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해고자인 최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이에대해 지회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자체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만큼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 측은 "대법원 판결은 원청회사의 감독과 지시를 받는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했을 때로 국한하고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비정규직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며 "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고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3천 명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논의 장기화 국면=지난해 12월 27일 지회측의 물리력 동원으로 특별협의가 중단된 것은 정규직노조와 지회 간의 정규직 전환 대상과 방법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되면 지회 조합원 수백 명의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

지회는 사측과 직접교섭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지회와는 법률적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회와의 직접 교섭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회 내부에서도 일부 정규직 채용에 응하는 등 분열이 감지되고 울산지법의 강제집행도 또다른 변수로 자칫 불상사마저 우려된다.

지회 김상록 정책부장은 "사측과의 직접 교섭은 5자 간에 진행된 특별협의가 아니라 지난해 사측과 가졌던 '2012 비정규직지회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라며 "정규직노조와의 특별협의 재개를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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