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부산 영광도서 김윤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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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도서는 부산시민의 자산, 죽어도 지켜야죠"

영광도서 김윤환 대표의 경영 철학은 '고객이 찾는 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영광도서가 110만 권의 책을 상시 전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 대표가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역사소설이 꽂힌 서가를 둘러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현존하는 국내 대형 서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지난 1968년 부산 서면에 문을 연 영광도서다. 영광도서가 처음부터 가장 오래된 서점이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의 종로서적과 양우당, 동아서적, 중앙도서전시관 등 수도권의 유서 깊은 대형 서점들이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책을 외면하는 사회 분위기 등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구의 문화서적과 제일서적, 본영당, 학원서림을 비롯해 부산지역 대형 서점의 상당수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급증하면서 도산하는 서점들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경기 불황·인터넷 서점 영향
부산 문우당·동보 등 문닫아
"전쟁 치르듯 겨우 버텨가고 있지만
지역 문화 자존심 반드시 지킬 것"

"2010년에는 55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의 문우당 서적과 30년 된 동보서적도 문을 닫았습니다. 이밖에도 청학서림, 중앙서림, 대한도서, 옥샘서원 등 부산의 좋은 서점들이 잇따라 폐점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지난 1971년 영광도서의 전경. 지금보다 규모가 매우 작고 상호도 영광서림이었다. 오른쪽 가게 안에 서있는 사람이 김윤환 대표. 영광도서 제공
김윤환(63) 영광도서 대표.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산 서점계의 상징이 된 영광도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우리 서점도 현재 날마다 전쟁을 치르듯 겨우 겨우 버텨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어떤 지인들은 차라리 서점을 그만두고 건물을 임대해 그 수입으로 편하게 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만약 여기서 그만두면 부산의 토종 대형 서점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며 "특히 영광도서는 이미 부산시민 전체의 소중한 정신적 문화유산이고, 지역의 문화 자존심인 만큼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광도서는 보유 중인 국내 서적의 숫자도 국내 서점 가운데 가장 많다. 현재 43만 종, 110만 권의 책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이 서점의 독서 회원 수도 39만 명에 달한다.

"온라인 서점과 달리 오프라인 서점은 독자들이 직접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내용을 확인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도서 선택의 폭이 훨씬 넓기도 하지요. 또 서점의 전문가들을 통해 좋은 책을 소개받는 것은 물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독서 계획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책을 사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서는 사실상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확산되는 자살과 청소년 탈선 등의 사회 병폐도 독서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면 반드시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밖에도 독서는 민족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 정체성을 굳건히 해주는 것은 물론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출신인 김 대표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하던 지난 1966년 혼자 가족을 떠나 부산으로 옮겨왔다. 그때 그는 중고책을 팔던 자그마한 서점의 사환으로 취직, 자립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그에게 한학을 가르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이왕이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에 취업하기로 결심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후 그는 자전거로 부산 전역을 오가며 중고책을 수집해 서점에 배급하는 도서 유통업을 통해 자본을 모은 뒤 1968년 1.5평 규모의 서점 문을 열었다. 이 서점은 현재 연면적 1천여 평 규모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이같은 성공의 비결로 '고객의 신뢰'를 꼽았다. 특히 고객들이 찾는 책은 전국에 수소문해서라도 반드시 구해 전해준 것이 신뢰를 쌓은 가장 큰 비결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서점 초기에는 고객들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 위해 야간 열차를 타고 서울 등 다른 도시로 수도 없이 다녔다"며 "이후 영광도서에 가면 어떤 책이라도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 고객도 많이 생기고 서점 규모도 나날이 커졌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도서 학교 등 책기증만 43만여 권
매달 무료 영광독서토론회 등
부산시민 문화 사랑방 역할
"책 읽는 아름다운 사회 조성 노력"


김 대표는 1975년 경남 통영 욕지중학교에 책 1천 권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책 기증을 지금까지 쉬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돈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야간학교 근로 청소년을 비롯해 교도소와 군부대 등에도 책을 보내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기증한 책은 어림잡아 43만 권을 넘어서고 있다.

"서점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도 벌써 48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과 함께 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을 깨칠 수 있었고, 허황된 생각에 빠지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광도서는 부산시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 대표는 1993년부터 서점 한 편에 마련한 다목적 문화공간에서 영광독서토론회를 매달 무료로 열고 있다. 
영광도서가 매달 실시하는 영광독서토론회에 참가한 소설가 김훈 씨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일보 DB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은 '소설 토정비결'의 저자 이재운 씨를 시작으로 신경숙·조정래·이문열·한승원 씨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 토론회에 참가했다. 참여한 시민들도 이미 3만 명을 넘어섰다. 이 토론회는 부산시에 의해 '부산 기네스 기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일본어 강좌 등 10여 개의 무료 강좌를 개설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특히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무료로 이동도서관을 운영한데 이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왕 선발 대회, 독서 감상문 현상 공모, 독서 정보지 무료 배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부산을 가꾸는 모임'과 '낙동강사랑연대' 등 단체 발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부산 사랑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은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는 등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며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아름답고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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