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구글 인공지능 세기의 바둑대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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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상금 12억 원 "3월 서울서 대국"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 과연 누가 이길까? 이는 바둑 애호가들의 오랜 궁금증이다. 그런데 현재 컴퓨터 기술 상태에서 이 궁금증이 곧 풀릴지 모르겠다. 이세돌(33·사진) 9단이 컴퓨터의 도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알파고'(AlphaGo)라는 바둑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승자에게는 100만 달러(약 12억원)가 주어진다.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자선단체 기부된다.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에 올랐던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와의 5번기에서 5승 무패로 승리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치수(置數·바둑을 둘 때 실력이 약한 쪽이 미리 접히고 두는 돌 개수. 일종의 핸디캡) 없이 인간 프로기사와 정식 대국해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고의 성과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대한 발전으로 인정돼 28일(한국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딥마인드 "3월 서울서 대국" 
우승 상금 12억 원

인간 최강 대 인공지능 최강
자존심 건 한판 관심 집중
이세돌 "반드시 이길 것"

■이세돌 "이길 것으로 자신"

알파고는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2011년 창립한 이 회사는 2014년 구글에 인수됐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다음 상대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최고의 기사로 인정받는 이세돌 9단"이라며 오는 3월 서울에서 대국이 열린다고 예고했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며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최소한 이번 대국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2003년 LG배에서 당시 최강자 이창호 9단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쎈돌' 시대를 열었다.

■알파고, 얼마나 센가

이런 이세돌 9단에게 감히 도전하는 알파고의 실력에 관심이 쏠린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세돌 9단은 강력한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국을 한 적이 없어 이번에는 컴퓨터가 한 두 경기를 이길 수 있겠지만 컴퓨터가 이세돌 9단과의 모든 대국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파고는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던 기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넘어섰다. 알파고와 판후이의 5번기 기보를 살펴본 프로기사 박승철 7단은 "프로에는 못 미치고 굉장히 잘 두는 아마추어 고수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7단은 "인터넷 바둑으로 치면 7∼8단에 해당할 것 같다. 프로기사와 맞바둑을 둘 수준은 아니고 2∼3점 접바둑을 둬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멀리 내다보는 기풍"

컴퓨터인 알파고도 특유의 기풍이 있을까. 이하진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은 "컴퓨터는 계산해서 바둑돌을 놓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 값이 나오면 이상한 곳에다 둔다. 컴퓨터는 사람이라면 안 할 실수를 간혹 하는데 알파고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박 7단은 "알파고는 굉장히 침착한 바둑을 둔다"며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국소전투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멀리 내다보고 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바둑 인공지능의 발전 자체만으로도 바둑계에는 기쁜 일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 사무국장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바둑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널리 보급하는 등 얻는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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