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추억 속 풋풋함에 노련함 더해진 '노랭이들'의 오빠(리뷰)

2000년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그룹 젝스키스는 '노랭이'들의 기억 속 그대로였다. 아니, 이제는 노련함까지 더해진 더 멋진 수정들이 돼있었다.
젝스키스는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6년 만의 단독콘서트 '2016 SECHSKIES CONCERT 'YELLOW NOTE'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은 전날에 이은 두 번째였다.
당초 콘서트는 6월로 예정됐지만, 좀 더 완벽을 기하기 위해 공연을 조금 미뤘다. 콘서트가 열리는 체조경기장 규모에 맞게 곡 작업을 다시하고, 미국에서 믹싱작업을 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안무를 되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이와 함께 팬들이 기다리던 신곡도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공연 시작의 시작은 멤버들의 셀프 카메라와 20세기에 찍었던 영화 '세븐틴'이었다. 상당히 오글거리는 영상이 콘서트장을 웃음으로 채우자 메인스테이지에 젝스키스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16년 만의 컴백을 기념하는 첫 곡은 'Com'back'이었다. 가볍게 편곡한 'Com'back' 다음으로는 '로드파이터' '사나이 가는 길'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세 곡이 끝난 후 멤버들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재진은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란 게 아쉽지만 이제 시작이니 많이 기대해달라"는 말을 전했다. 은지원은 "원래 1회 공연 기획이었는데 여러분 덕분에 2회로 늘었고, DVD 촬영도 한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16년 만의 만남이다. 이제 앞으로 16년만 더 보자"는 약속을 하면서도 "그 이상은 주책이야"라는, 과거에는 듣기 어려웠던 능글맞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중앙 스테이지에서 모인 젝스키스는 'Come to me baaby' '배신감'으로 한 번 더 힘차게 뛰어오른 후 '사랑하는 너에게'를 통해 팬들에게 차분한 고백을 전했다.
노래가 끝난 후 은지원은 "이 노래는 여러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비했다"며 "우린 계속 달릴 수 있지만 여러분들 힘들까봐. 우린 왕년에 6곡씩 리믹스했다"며 능글맞은 웃음도 선사했다. 팬들을 위한 배려(?)는 이어졌다. 다음 곡 '예감'과 '너를 보내며'로 달달함을 안겼다.
노래 후 이어진 영상은 팬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젝스키스를 수정예고 전설의 F5로 묘사한 그림 속에서는 강성훈을 느끼하면서도 트렌디한 헤어스타일의 소유자, 김재덕은 바보 흉내 내는 천재, 이재진은 약간 모난 성격의 4차원, 장수원은 메소드 연기 잘하게 생긴 마네킹, 은지원은 고독에 사는 외로운 늑대처럼 표현했다.
이후로는 젝스키스 유닛활동 당시의 곡들이 무대에 올랐다. 은지원 4집 수록곡 '8t. Truck', 이재진 1집 수록곡 'Double J'가 오랜만에 팬들을 찾았다. 이후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의 블랙키스가 'A+' '그대로멈춰' 리믹스를 선보였다.
노래 후 은지원은 "왜 아직도 세 명씩 블랙키스, 화이트키스를 나눈지 모르겠다"고 궁금증을 털어놨다. 이재진은 "당시 일본에 'A6'라는 그룹이 있었는데 이들도 세 명씩 나눴다. 여기에 영감을 얻었다"고 말해 데뷔 19년만에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당시 젝스키스는 랩 담당 은지원 김재덕 이재진의 블랙키스, 보컬 담당의 강성훈 장수원 고지용의 화이트키스로 나뉘었다.
이어 등장한 화이트키스 장수원 강성훈이 'Say'를 열창했다. 장수원은 "어제는 블랙키스 형들 놀려서 오늘은 안 놀리겠다"면서도 "블랙키스 형들은 힘 쓰고, 몸 쓰는 것들이다. 우리는 편안하게 간다"며 이틀 연속 디스(?)를 날려 폭소를 안겼다. 또 두 사람은 "16년 동안 각자 활동했다"면서 "또 그렇게 하면 오늘의 10분 1밖에 안온다. 이젠 우린 다 뭉쳐야만 한다"고 말해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다음곡은 장수원 김재덕의 유닛 제이워크의 1집 타이틀곡 'Suddenly', 강성훈의 2집 타이틀곡 'My girl'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함께 '무모한 사랑'을 선보였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다섯 명은 숨을 헐떡거리며 그대로 무대에 쓰러졌다. 은지원은 "어제 공연하면서 '다시는 이곡 안하겠다'고 했는데 오늘을 생각 못 했다"며 "두 번 정도 하면 적응 되는데 적응이 안 된다"며 투덜거렸다.
다음으로 '연정'을 선보인 젝스키스는 이어 자신들의 대표곡 '커플'을 모든 팬들과 함께 열창했다. 잠시 쉰 젝스키스는 이어 '학원별곡'과 '기사도' 리믹스 버전을 들려주며 추억을 소환했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젝스키스는 드디어 16년 만에 선보이는 신곡 '세 단어'를 선물했다. 멤버들은 "뿌듯하다. 공감할 수 있을 내용" "슬픈 가사는 아닌데 울컥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털어놨다. 특히 은지원은 "신곡 정말 잘 돼야한다. 나오자마자 1위 찍어야한다"며 팬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해 웃음을 안겼다.
팬들에게 선사한 '세 단어'는 "세월이 지난 후 세상이 다시 우릴 갈라놔도 떠나야만 해도 멀리 있진 않을게요" 등 팬들에게 함께할 것을 약속하는 미디움 템포의 노래였다.
젝스키스는 마지막으로 '기억해줄래'를 부르며 팬들과 함께 꽃길을 걸을 것을 다짐하며 16년 만의 콘서트 막을 내렸다.
이날 젝스키스 팬들에게는 반가운 부분들이 많았다. 첫 멘트에서 이재진이 "나눠드린 노란 노트를 들고 우리 사인 받으러 쫓아다녀라"라고 하자 은지원이 "그럼 경찰에 신고할거면서"라는 농담을 던졌다. 과거 이재진이 집 앞에 팬들이 너무 많아 경찰에 신고한 경험을 에둘러 말한 것. 이 외에도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멘트들을 채웠다.
백그라운드 영상에서도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90년대 볼 수 있던 TV 노이즈와 당시 유행했던 '사이버 펑크' 느낌이 가득한 영상이 십수년만에 오빠들을 찾은 노랭이들에게 반갑게 다가왔다.
이런 추억 속에서 당시 풋풋했던 오빠들은 30대 후반이 주는 노련미까지 더했다. 적당히 팬들과 농담과 추억을 섞어가며 대화하고 울고 웃기는 모습은 '노랭이들'에게 오빠들이 돌아왔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기도 했다.
젝스키스는 모든 차례가 끝난 후 데뷔때부터 함께 있던 스태프들, 새롭게 합류한 합창단 들을 소개하며 모두를 위한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사진=YG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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