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단짝' 칼 Q&A] 날이 날카롭게 설수록 사람도 도마도 되레 안전
도마 취재를 하다 보니 '바늘과 실' 같은 존재 칼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본격적인 칼 취재는 다음 기회로 미루더라도 도마의 단짝인 칼을 제대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가 운영하는 '명인' 제도에 따라 2013년 대한민국 '칼 명인 1호'이자 '장미 칼' 엑스나이프' 등으로 유명한 향토업체 ㈜영신칼스토리 정재서(63) 대표를 만났다. 미국 뉴욕의 미슐랭 3스타 프렌치 시푸드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Le Bernardin)'에서 근무하다 3개월 전 귀국한 아들 정민우(29) 셰프도 함께했다. 칼을 만드는 사람과 칼과 도마를 주로 사용하는 요리사 입장에서 들려준 도마와 칼 이야기다.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과도·중식도 등 용도 맞게 써야
칼갈이보다 숫돌이 날 손상 적어
Q:주방에서 칼과 도마는 불가분의 관계다. 칼을 만드는 입장에서 평소 생각하는 도마가 있다면.
A(정 대표):칼을 만들면서 무수한 칼질을 받아주는 도마에 대해서도 당연히 많이 생각하게 된다. 주부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칼을 사용할 때도 그렇고 도마는 사용 후 제대로 된 관리가 필수라는 점이다. 특히 주기적으로 칼을 갈 때 눈에는 안 보이지만 칼날 끝에 자성이 생겨서 미세한 쇳가루가 붙어 있을 수 있는데 이건 물로 세척해도 잘 안 떨어진다. 때문에 물로 씻더라도 헝겊으로 한 차례 닦거나 도마 한 귀퉁이에서 살짝 밀어준 뒤 사용하길 바란다.
Q:가정용과는 다르겠지만 미국 뉴욕 레스토랑에선 어떤 도마를 사용하고, 어떻게 관리하나?
A(정 셰프):플레이트용 도마는 상관없지만 뉴욕 업소에선 나무 도마 사용이 금지돼 있다. 위생 문제 때문이다. 칼 손잡이에 나무가 포함돼도 안 된다. 업소에선 플라스틱 도마를 주로 사용한다. 그곳에선 색깔별로 도마를 구분했다. 고기는 빨간색, 야채는 흰색, 생선은 파란색 도마를 각각 사용했다. 매일 '락스' 세척을 했고, 석 달 간격으로 교체했다.
Q:나무 도마, 플라스틱 도마, 실리콘 도마 등 종류가 너무 많다. 어떤 게 좋은 도마일까?
A(정 대표):개인적으론 나무 도마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썰 때 칼이 바닥에 착 달라붙어 느낌도 좋고 다른 도마에 비해 칼날 손상도 적으며 손목에도 무리가 덜 간다. 다만 물기를 잘 빨아들이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세균이 생길 확률도 높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폴리우레탄 도마는 인체엔 무해하다고 하는데 딱딱해서 칼날이 상할 확률이 높다. 칼날이 상한다는 건 칼에서 미세한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고, 딱딱한 도마에 난 칼집으로 어떤 것이 떨어져 나와 음식물에라도 섞인다면 결국은 우리가 화학제품을 섭취하는 게 아닐까 싶다. 친환경 실리콘 도마는 소독은 간편하지만 자주 바꿔줘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유리, 아크릴 도마 역시 칼날이 쉽게 상하고 칼질할 때 나는 소리가 시끄러워 오래 사용하기엔 부담스럽다.
Q:결국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그렇다면 도마의 단짝인 칼은 어떻게 사용해야 제대로 쓰는 건가?
A(정 셰프):용도에 맞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과도가 있는 이유가 있고, 식도, 빵칼, 중식도 등 각각의 이름처럼 칼에는 용도가 있다. 얼린 고기를 자를 때는 중식도나 톱니용 칼을 쓰는 게 힘도 덜 들고 칼 손상도 덜 된다. 얼리지 않은 생고기, 야채 등은 전반적으로 식도를 사용하면 된다. 과도는 과일과 작은 야채, 허브 같은 걸 사용할 때 편리하다. 슬라이스 칼은 햄이나 치즈를 썰 때 주로 사용한다.
Q:보기엔 멀쩡한 칼이 안 들 땐 버릴 수도 없고 난감하다. 칼을 교체해야 하는 시기는 어떻게 알 수 있나?
A(정 셰프):도저히 자를 수 없는 시기가 수명이 다한 것이기 때문에 그때 교체하면 된다. 칼은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가정에서 칼을 갈 땐 칼갈이(연마기)를 이용하길 권한다. 요리사들은 거의 매일 칼을 갈지만 집에선 한 달에 한 번 정도, 칼이 안 든다고 생각할 때 그렇게 하면 된다. 칼이 안 드는 데도 굳이 그대로 쓰는 건 좋지 않다. 음식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날카로운 칼은 한 번에 사용해서 손에 힘도 안 들지만 식재료의 표면 손상도 적다. 안 드는 칼로 식재료를 무리하게 다루다 보면 뭉개지거나 즙이 빠질 수도 있고, 세게 누르는 과정에 손을 다치거나 도마가 상할 수도 있다.
Q:칼 가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설명해 달라. 칼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 달라.
A(정 셰프):기본적으로 칼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다. 즉, 합금강이기 때문에 녹을 방지하는 성분, 강도를 강하게 하는 성분이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가정용 칼갈이를 이용할 땐 거친 돌로 다섯 번, 부드러운 돌로 다섯 번 정도 갈면 된다. 스틱형으로 된 '샤프닝 스틸(칼갈이봉)'은 칼이 안 들 때 즉석에서 사용 가능한 반면 앞뒤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겐 위험할 수 있다. 가장 칼 손상이 덜 가는 방법은 숫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갈 때 힘을 골고루 주는 등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 한편으론 일반 가정에선 칼갈이도 힘들고 녹이 쓴다든가 하면 곤란하니까 좋은 칼을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칼스토리'의 경우엔 택배비만 부담하면 재연마해서 각 가정으로 보내주는 평생 연마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칼을 구입할 때부터 재연마 서비스 등 A/S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