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마 고르는 법] 무늿결보다 곧은결이 변형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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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결과 무늿결, 심재와 변재 등 원목의 나뭇결만 구분할 수 있어도 용도에 맞는 나무 제품을 잘 고를 수 있다.

관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무 도마가 좋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나무가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풀 수 없었다. '도마 이전에 나무'라는 생각이 들어 나무 전문가인 박태홍(60) 목공예가를 찾았다. 40여 년간 나무를 만나온 작가에게 도마 고르는 법을 묻는 게 송구했지만 나무 이야기라면 대환영이라는 그와 대형 마트 도마 코너까지 동행했다. 박 작가는 전·현직 대통령 내외가 사용하는 가구는 물론 국회의장 접견실,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등도 꾸몄고,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에서 매년 수여되는 '디렉터스 체어' 제작 등 다양한 가구 작업도 해 오고 있다.

'집성목' 사용 땐 나뭇결 어긋나
같은 값이면 무거운 것 선택해야

■도마 이전에 나무, 나뭇결로 구분

박 작가가 맨 먼저 들려준 나무 이야기는 밀도에 관한 것이었다. 같은 나무라도 위·아래 부분의 밀도, 즉 단단하기가 다르다고 했다. 도마 하나를 만들더라도 나무의 아랫부분이 밀도도 높고 결도 예쁘다고 설명했다.

낡은 도마를 대패질로 깎아내고 있는 박태홍 작가.
통나무를 벤 뒤 제재소에서 절단할 때의 방식 차이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나무를 '켠다'는 건 나뭇결을 직각 방향으로 절단하는 것이고, '자른다'는 건 나뭇결 방향으로 평행되게 절단하는 것인데 이것만 구분할 줄 알아도 B급과 C급 가구를 구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마 나무는 통나무를 켜야 한다. 이때 무늬가 아름다운 무늿결나무와 결이 곧은 곧은결나무로 나뉜다. 또한 성장 중이어서 색이 옅은 변재, 이미 성장을 멈춰 색이 짙은 심재로 구분된다. 무늿결나무는 한정된 양으로 도마를 몇 개밖에 만들지 못하고 변형이 심하다. 결국 도마는 덜 예뻐도 변형이 덜한 곧은결나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는 나무 아랫부분, 곧은결나무, 심재가 좋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가구의 뼈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곧은결나무다. 그런데 만약 무늿결나무를 썼다면 'B급'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뒤틀림 등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좋은 무늿결나무를 얇게 켠 뒤 소나무나 오동나무 등 보강재를 덧대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통 도마?붙임 도마(집성목)?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걸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박 작가와 함께 한 대형 마트의 도마 코너를 찾았다. 나무 도마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찬찬히 살폈다.

이날 가장 놀랐던 건 겉보기엔 비슷비슷했지만 도마의 나뭇결이 어긋나 있는 것.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이 붙임 도마였다. 작게는 다섯 토막, 많게는 일곱 토막을 붙여 놨다. 도마 윗면과 옆면을 보았을 때 나이테가 끊어져 있지 않다면 통 도마, 반면 나이테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여러 개의 이음새가 보인다면 붙임 도마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왕이면 통 도마가 좋다는 게 박 작가의 지적이다.

붙임 도마는 통 도마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를 모아서 붙인 것이다. 문제는 붙임 도마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접착제의 안전성 여부. 도마 어디를 찾아 봐도 붙임 도마라는 설명은 없고 재질에 원목이라는 표시밖에 없다.

이날 마트에선 홍송, 미송, 고무나무 등 세 종류의 나무 도마를 구체적으로 비교했다. 어차피 여러 토막을 붙인 건 똑같지만 재질로 치자면 홍송-미송-고무나무 순이라고 했다. 같은 크기 기준으로 가격도 1만 5500원-1만 2900원-1만 1500원으로 약간 차이가 났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박 작가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나이테 간격이 널찍널찍한 무늿결나무의 홍송보다는 가격은 낮았지만 비교적 촘촘한 곧은결나무로 만들어진 미송 도마 쪽이 낫다는 결론이 그것이다. 나무가 1년 동안 성장한 굵기가 하나의 나이테라면 추운 지방에서 자란 나무일수록 촘촘하고 더운 지방은 나이테 간격이 넓어서 무른 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 하나는 무게였다. 같은 홍송 도마 중에서도 색깔이 진한 심재와 성장 중인 연한 색깔의 변재가 뒤섞인 정도에 따라서 무게가 확 차이 났다. 밀도에 따른 무게 차이였는데, 박 작가는 인공조림과 밀식된 천연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왕이면 무게가 더 나가는 걸로 고르면 밀도가 높아 쉽게 파이지 않고 양념물도 덜 배일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따랐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나무 재질을 보고, 그 다음엔 곧은결인지 무늿결나무인지 구분하고, 심재와 변재가 섞인 정도, 무게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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