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방울 정성 담긴 참 좋은 기름 '참기름'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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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참기름 집 ‘가촌참기름’

“양산에 좀 특별한 참기름 집이 있다는 데 알아요? 거기 사연도 좀 있는 모양인데….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인의 제보로 주소만 들고 특별한 참기름 집을 찾아 나섰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넣고 근처까지 갔는데 정작 참가름 집이 안 보인다. 한참 헤매다가 결국 참기름 집으로 전화를 하니 몇 분 후 흰색 오토바이가 나타난다. 양산 지역에선 이제 좀 유명하다는 참기름 배달 오토바이다.


최상급 깨 여러 번 세척 후 이물질 골라내

고소한 맛 위해 저온으로 짧은 시간 볶아

하루 20병 남짓 생산, 양산지역 1병도 배달

“우리 참기름 맛보면 다른 거 다신 못 써요

좋은 제품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는 게 기쁨”

가촌참기름 요숙령 대표가 참기름을 만드는 모습. 가촌참기름 요숙령 대표가 참기름을 만드는 모습.

■음식의 화룡점정, 참기름의 가치

“슈퍼, 대형마트 진열대에 참기름들이 항상 가득 있죠. 참기름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은 시대죠. 그런데 한 번 우리집 참기름을 맛본 고객들은 예전 그냥 참기름으로 못 돌아가요. 그래서 1병이라도 양산 지역은 배달해줍니다. 저녁 반찬 하다가 참기름이 떨어져 난감하다는데 어떻게 해요?”

수제 참기름 집 ‘가촌참기름’의 요숙령 대표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동네 방앗간에 깨를 들고 가 참기름을 짰다지만, 지금은 슈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굳이 수제 참기름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그러나 이 물음은 반나절 정도 참기름 집에 머물며 참기름이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이건 특별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수제 참기름은 최상급의 깨를 골라 여러 번 세척한 후 손과 눈으로 이물질을 일일이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선별을 끝낸 깨는 저온에서 짧은 시간 내 볶는다. 참기름을 많이 뽑으려면 고온에서 오래 볶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고소한 맛이 떨어진단다. 무엇보다 인체에 좋지 않은 물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요 대표는 저온과 볶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볶은 참깨는 연소기에 4회 이상 통과시켜 연기를 제거하고 다시 저온으로 압착해 거름망으로 정제한 후 병에 담는다. 이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과정은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과정을 깐깐하게 다 지키자면, 일일이 사람 손이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못 하지 싶다. 실제로 이 집 참기름이 소문나면서 배워보겠다고 찾아왔다가 “고생만 하고 돈은 안 되겠는데요”라고 솔직히 말하며 돌아간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참기름과 사랑에 빠진 부부

2년 전 수제 참기름 집을 시작한 요 대표 부부는 사실 오래전부터 참기름과 인연이 있었다. 요 대표 집안은 오랜 세월 농사를 크게 짓고 수확한 깨로 참기름을 만들어 판매했다. 요 대표의 남편 역시 누나가 오랜 세월 시장에서 참기름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좋은 참기름, 맛있는 참기름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쌓았고 참기름에 대한 까다로운 입맛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참기름만은 마트에 파는 상품으로 만족할 수가 없더란다. 결국 요 대표 부부와 가까운 친지끼리 좋은 참기름을 직접 만들어 공유했다. 우연히 요 대표 남편이 직장 동료와 이야기하던 중 좋은 참기름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가 크다는 걸 알았다. 이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기름을 나누어 주자며 집에 있던 요 대표가 결국 나서게 됐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단다.

“깐깐히 따지며 참기름을 뽑다 보니 하루에 나올 수 있는 수량이 스무 병 남짓이에요. 정직하게 과정을 다 지키면, 더 이상 만들 수가 없어요. 돈 욕심 안 부리면 되죠. 우리 집 참기름 좋다고 멀리서 찾아주는 이들이 큰 보상이죠. 사람들과 좋은 거 나누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요?”

참기름 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요 대표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잠깐 앉으라고 권해도 시간을 지켜야 해서 앉을 수가 없단다. ‘재료비와 들어가는 품을 따지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는 핀잔에 요 대표는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남편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연금도 있어 생계 걱정이 없단다. 덕분에 참기름 만드는 거로 이문을 남기지 않아도 된단다.

남편은 퇴근 후 요 대표가 정성껏 만든 참기름을 일일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해준다. 양산지역은 1병만 주문해도 배달해 준단다. 만든 상품을 직접 전달하는 즐거움이 크다며 웃는 부부 앞에서 생산성, 이윤은 그만 따지기로 했다.

오전 참기름을 다 만들고 잠시 쉬는 시간. 앉아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하니, 요 대표는 이제는 작업장을 쓸고 닦기 시작한다. 바닥과 선반, 기계까지 꼼꼼하게 청소하는 요 대표. 사실 처음 이 집을 못 찾은 이유는 참기름 집 같지 않고 소품점처럼 깨끗한 내부 때문이었다.

참기름 1병에 신념과 철학을 담는다던 첫 인사가 과하다 싶었는데, 이 정도 노력과 열정이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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