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생활 달래 주는 반려식물

지난 몇 달 진행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집콕 생활을 해야 했다. 사람들과 교감하지 못해 우울하다는 하소연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적막하고 쓸쓸한 집안에서 조용하게 곁을 지켜준 친구들도 있다. 바로 ‘반려식물’이다.

키우는 재미에 미세먼지 제거 효과

아레카야자·산세베리아·스투키

립살리스 핑크·아비스 고사리 등 인기

제라늄·베고니아·사랑초는 ‘3대 천황’

■반려식물, 입양하세요!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익숙한데 ‘반려식물’은 아직 생소한 이들도 있겠다.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생활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 역시 인간에게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통해 식물을 기르는 활동이 우울증을 감소시키며 폭력성을 낮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관, 요양원, 병원, 학교 현장에서 식물을 활용한 ‘원예 치유’ ‘힐링 테라피’ ‘정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던 3, 4월 각종 행사가 취소되며 화훼농가(꽃)는 큰 타격을 입었으나 역으로 반려식물과 가드닝을 다루는 원예 분야는 매출이 올라 반려식물의 힐링 효과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키우는 식물의 변화를 촬영해 SNS에 올리는 이들도 있고 식물을 활용해 집안 인테리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 사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반려식물 판매와 관리 서비스, 플랜테리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주)체인지메이커 식물연구소 박명환 대표는 “예전에는 식물을 키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은 식물과 화분 선택부터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 등 개인적인 취향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매일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고 말을 거는 등 적극적으로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몬스테라

떡갈고무나무

■반려식물, 이런 게 좋아요!

때맞춰 먹이고 씻기고 정기적으로 산책도 시켜주는 등 품이 많이 가는 반려동물에 비해 반려식물은 키우기가 수월하다. 요즘엔 다양한 부자재들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반려식물을 입양하고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반려식물 인터넷 쇼핑몰의 주요 고객들은 20~30대 젊은 세대이고, 원룸이나 자취방 등 협소한 공간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인기 있다.

반려식물은 키우는 재미와 더불어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내에 공기정화식물을 4~5개만 두어도 4시간 뒤 초미세먼지 농도가 20%나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식물을 둘 공간이 없다거나 흙먼지가 싫다는 이유에서 식물 키우기를 꺼리기도 했으나, 요즘은 벽에 거는 벽걸이 화분, 천장에 거는 걸이형(행잉) 화분을 활용해 공간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흙에서 키우지 않고 물에서 키우는 수경재배식물도 많이 선택한다.

립살리스

테이블야자

■이런 반려식물이 인기 짱!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반려식물은 물 주는 주기가 길고 햇빛이 잘 들지 않아도 잘 자라는 공기정화식물들이다. NASA에서 공기정화식물 1위로 선정한 아레카야자와 공기 중 먼지를 흡수하고 새집증후군 완화에 좋다는 틸란드시아, 밤에 산소와 음이온을 배출하고 실내 화학물질까지 제거해주는 스투키, 실내 정화효과가 뛰어나고 관리가 쉬워 식물 초보자들이 1순위로 선택하는 산세베리아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공간 활용이 좋고 인테리어 효과도 있는 걸이형 식물로 선인장이지만 예쁜 잎이 매력적인 립살리스, 천연 가습기라고 불릴 정도로 습도 조절 효과가 뛰어난 아비스 고사리, 미세먼지 잡아먹는 식물로 유명한 야자수염틸란이 있다. 이 중 아비스고사리는 말린 잎이 펴지며 자라 키우는 재미가 남다르고 ‘언제나 함께한다’는 꽃말이 있어 젊은 연인들이 같이 키우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초보자들이 키우기 쉬운 식물을 선택한다면, 식물 고수는 희귀성이 높은 식물을 선호한다. 이들에게 인기 많은 일명 ‘반려식물 3대 천황’도 있다. ‘제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제라늄, ‘고니’라고 불리는 베고니아, ‘사랑이’라고 불리는 사랑초가 주인공들. 특이한 색이나 모양을 가진 3대 천황들을 식물동호회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될 정도이다.

문샤인

스투키

■반려식물 키우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

(주)체인지메이커 식물연구소 박 대표는 반려식물을 키우는데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라고 충고한다. 먼저 집을 고를 때 방향을 따지는 것처럼 식물이 살 공간을 선택할 때도 빛의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식물 종류에 따라 빛이 필요한 양이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를 추천한다. 식물이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기보다 커튼이나 도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빛을 받는 것이 좋다.

밤에 음이온과 산소를 내뿜는 공기정화식물은 자기 전 침실에 두면 실내 공기 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이 많거나 출장이 잦다면 관리가 많이 필요한 식물은 피해야 한다. 반려식물을 다루는 쇼핑몰들은 대부분 상담 게시판을 통해 생활패턴에 맞는 식물을 추천해주고 있다.

흙에 키울 것인지 수경재배로 키울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수경재배는 물만 갈아주면 식물을 무난하게 키울 수 있다.

식물재배가 인기를 끌며 식물병원, 식물 호텔도 생겨나고 있다. 식물병원은 집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을 온라인으로 진단해주고 처방해준다. 식물 호텔은 출장이나 여행을 가는 이들이 식물을 맡기면 대신 관리해준다. 이외에 정기적으로 식물관리를 해주는 식물관리회사와 공간 내 플랜테리어 계획과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도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