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론조사 지지 독려부터 SNS 댓글 개수까지 담겨 있어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교육의힘 회의록’ 입수 살펴보니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6차례
회의 내용 법적 다툼 증거 될 듯
11월 회의엔 홍보 방법 논의
8월 구독자 2000명 목표 기록
사실상 예비 캠프 정황 곳곳에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하 교육감이 선거 전 대표로 있던 ‘포럼 교육의힘’ 회의록에는 포럼이 사전 선거 운동 기구 역할을 한 정황이 남아있다.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하 교육감이 선거 전 대표로 있던 ‘포럼 교육의힘’ 회의록에는 포럼이 사전 선거 운동 기구 역할을 한 정황이 남아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 11개월 전부터 사전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자신이 대표로 있던 ‘포럼 교육의힘’(이하 교육의힘)을 사실상의 예비 선거 캠프로 운영한 구체적인 정황이 <부산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부산일보>가 확보한 6차례 교육의힘 회의록에서는 하 교육감을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해 여론조사 지지를 독려하고 SNS와 유튜브 운영 전략을 수립한 단서들이 포착됐다. 검찰이 교육의힘을 하 교육감의 사전 선거운동 조직으로 보고 있는 만큼 회의록 내용은 향후 검찰과 하 후보 측의 치열한 법적 다툼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6차례의 교육의힘 사무국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하 교육감을 보수 성향 교육감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한 2차 여론조사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회의에서는 포럼 이사장을 포함한 82개 포럼 분과 구성원들이 문자 발송, 지인 전화, 각종 SNS 홍보 글 게시 등의 방법으로 하 교육감을 홍보하는 방법이 논의됐다. 교육의힘이 사실상 보수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하 후보 선거 캠프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효과적인 여론조사 홍보를 위해 하 교육감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를 담당하는 인물을 정하는 문제 등을 논의한 사실도 회의록에 담겼다.


<부산일보>가 확보한 부산 교육의힘 회의록. 6차례 희의록에는 하 교육감의 인지도 상승 등을 위한 홍보 전략이 담겼다. <부산일보>가 확보한 부산 교육의힘 회의록. 6차례 희의록에는 하 교육감의 인지도 상승 등을 위한 홍보 전략이 담겼다.

하 교육감 인지도 상승을 위해 개인 SNS 계정 활성화 방안도 포럼 차원에서 논의된 정황도 회의록을 통해 확인된다. 8월 열린 3차 회의에는 ‘SNS 활성화 및 가속화를 위해 8월 목표 설정'이라는 이름으로 ‘8월 구독자 목표 2000명’이라는 목표치가 등장한다. 또한 유튜브 활성화를 위해 전담 인력 20명 정도가 필요하고 평균 50개 이상의 댓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회의록에 기재돼 있다. 조직적으로 하 교육감의 선거 전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포럼이 활동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포럼 교육의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페이지가 지난해 10월 21일 돌연 ‘하윤수와 함께하는 사람들’로 이름을 변경했는데 이 점도 사전 선거 운동 의혹에 힘을 더한다.

6차례 회의록의 내용은 하 교육감이 설명하는 교육의힘 운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 교육감은 지난 25일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교육의힘은 교육계 인사들과 시민들이 소통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한 상호 교류의 매개체 역할만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의힘의 실질적 역할이 회의록에 나타난 것처럼 하 교육감의 당선을 위한 활동이었다면 하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회의록을 하 교육감 혐의 입증의 핵심 단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월 압수수색 당시 사무국 PC에서 회의록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5일 하 교육감의 핵심 혐의를 “포럼 조직을 이용해 하윤수의 교육감 당선을 위한 선거 전략 수립, 지지도 제고 목적 SNS 홍보, 각종 홍보행사 개최 등으로 유사 기관 설치 및 활동”으로 밝히기도 했다. 선거법 89조는 유사 기관을 활용해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 교육감 측은 교육의힘에서 포럼 운영을 위한 회의가 몇 차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회의록에 기재된 참석자가 실제 참석자와 다른 점 등을 들어 회의록이 날조됐다고 반박했다. 하 교육감 측 관계자는 “회의록은 회의를 한 기록이 아니라 포럼 내 떠도는 사담을 한 담당자가 일기 형식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희의록에는 실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회의에 참석했다고 기재된 경우가 많고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고 지난해 11월 보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홍보 활동 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 감독하에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