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관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물 정책 이원화 필요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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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주최 '2022 낙동강 맑은 물포럼'

22조 투입 불구 시민 신뢰 미흡
집중 관리 가능한 상수원 개발
낙동강은 수질오염총량제 관리
사고 대비 취수원 다양화 필요
유지 관리비 싸고 청정 상수원
자연정화 시스템 하류에 도입

28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일보사 주최 ‘2022 낙동강 맑은물 포럼’에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8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일보사 주최 ‘2022 낙동강 맑은물 포럼’에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낙동강 하류 식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깨끗한 취수원을 확보하고, 물 정책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또 한 번 제기됐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수원을 위해 부산의 학계와 민·관 상공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사회와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28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세미나실에서 <부산일보>가 주최하는 ‘2022 낙동강 맑은 물포럼’이 열렸다. 지속적이고 안전한 물 공급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에는 부산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백경훈 선임연구위원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인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날 포럼은 학술 세미나임에도 불구하고 5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물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백 연구위원은 낙동강 물 환경 정책의 이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낙동강이 상수원과 하천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보니, 관련 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낙동강과 부산 상수원 올바른 해법'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낙동강의 경우 상수원이 강 하류에 위치해 있어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박사는 낙동강 수질과 낙동강 하류 상수원의 수질을 비교하며 이원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낙동강의 2000년~2019년 평균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4대강 중 양호한 성적을 보인다. 그러나 하류 식수원인 물금 지역만 놓고 보면 타지역의 식수원과 비교했을 때 2배 정도 오염 정도가 심각한 실정이다.

낙동강 하류 지역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다양한 오염에 노출돼 왔다. 1991년 구미공단 페놀 유출, 2008년 김천 화재 페놀 유출, 2018년 과불화합물 검출 등의 사고가 잇따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낙동강 수계에서 발생한 수질 오염 사고는 총 218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백 연구위원은 이런 낙동강 하류를 상수원으로 관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간 20여 년 동안 22조 5000억 원을 낙동강 수질 관리를 위해 써 왔지만, 체감할 만한 효과가 없었을 뿐더러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이유를 상수원 수질 개선 대상지역이 너무 광범위한 점을 꼽았다. 낙동강 하류의 수량은 상류와 중류에 비해 훨씬 많은데, 너무 많은 양을 상수원 이용하는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백 연구위원은 “상수원과 하천 환경에 대한 물 환경정책 이원화가 필요하다”면서 “물량과 지역의 최소화와 상수원 수질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부산·경남의 취수원 다변화 정책과도 연결됐다.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수원을 개발해 식수의 안전성은 높이면서, 낙동강은 하천 성격에 맞게 수질오염총관리제 등으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좌관 교수 역시 낙동강 하류 상수원의 지리적 한계를 지적하며 취수원 다변화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산의 경우 상수원의 94%를 낙동강 하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며, 오염 사고 등에 대비해서라도 취수원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한강 팔당댐과 비교하면 물금 지역의 산업폐수와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이 2~3배 가까운 현실을 언급하며, “안전하고 깨끗한, 그리고 유역 주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상수원 확보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취수원 다변화 계획이 추진되더라도 여전히 부산이 낙동강 하류를 식수로 써야하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향후 황강 취수와 강변여과수 개발 등이 이뤄지더라도 부산에는 절반인 47만 ㎥만 공급되고, 나머지 48만 ㎥은 지금처럼 낙동강 하류에서 취수해 초고도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낙동강 원수를 초고도처리하는 것은 과도한 설치비와 유지비가 필요한 일"이라면서 자연정화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유럽식 원수 전처리 개념을 소개하며 자연정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취수원 다변화와 더불어 강 하류에 자연 정화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 식수 불안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따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연정화 도입 방안은 일종의 청정상수원 확보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유지 관리비 또한 싼 편이다"면서 "다만 미량유해물질 제거능력이나 처리 효율 수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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