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겨 온 사회 구성원 향한 ‘경고’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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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가 남긴 것

콜센터 현장실습생 실화 바탕
섬세한 시나리오·연출 ‘눈길’

배우 배두나가 영화 ‘다음 소희’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배우 배두나가 영화 ‘다음 소희’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는 세상의 진실을 마주하는 창이다. 때론 가볍게, 때론 묵직하게 우리 사회의 단면을 필름에 새겨 기록하고 기억한다. 8일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도 담담한 시선으로 현실을 용기 있게 전한다.

정주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2017년 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대기업 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영화 전반부는 소희와 소희 주변 인물들을 비추며 왜 소희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후반부는 소희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을 따라간다. 유진은 소희의 발자취를 찬찬히 밟으며 기업, 학교, 교육청과 사회에 책임을 묻는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 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다음 소희’ 스틸 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다음 소희’ 스틸 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다음 소희’ 스틸 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카메라는 유진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한 부조리함과 병폐를 비춘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담아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꾸미지 않은 감정, 섬세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눈에 띈다. 극 중 유진을 연기한 배두나의 대사도 가볍지 않다. “일하다가 학생이 죽었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며 격분할 때나 “힘든 일을 하면 더 존중 받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무시한다”는 그의 말은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영화를 오랫동안 곱씹게 한다.

소희는 계속해서 어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소희에게 “어렵게 뚫은 대기업 하청 업체인데 사고 안 쳤냐”라고 묻기만 한다. 가족들은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될까”라는 소희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영화는 오랫동안 문제를 방관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겨 온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묵직한 경고를 전한다.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스러진 ‘다음 소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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