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엑스포 유치하려면 사우디보다 투자 신뢰 더 얻어야”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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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득표전에 충고
개도국에 투자 약속 필요성 강조
대기업 회장단 등 역할에 아쉬움
엑스포, 부산 대도약 토대 확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김진표 국회의장의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열정은 요즘 말로 ‘찐’이다. 지난해 7월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의원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루마니아와 아프리카 5개국 의회의 지지를 끌어내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의원이 해외 출장을 갈 때에는 반드시 2030월드엑스포 유치 일정을 넣으라고 의장 차원에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과거 여수엑스포(인정엑스포) 유치전을 담당했던 그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의 의미를 잘 안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선진화를 앞당기게 될 계기”라는 게 그의 확신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엑스포 개최지를 최종 선정하는 오는 11월까지 우리나라의 전략, 과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가 인터뷰 중 누차 강조한 부분은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 역할이었다.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의장은 “대부분의 개도국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우디도 각 나라에 투자 약속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믿을 수 있는 약속을 하는지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 립서비스만으로는 절대 표를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회장단은 물론 이와 별도로 기업투자사절단이 20~30명씩 팀 단위로 개도국 등을 돌아야 한다”며 “대통령실에도, 부산시장에도 말했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의장이 현재 느끼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전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초기에는 우리나라가 많이 위축됐다. 3차례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대한 각국 반응을 들어 봤다. 사우디는 PT를 영국의 유명 기획사에 맡기는 등 독창성이 떨어지는 반면 우리는 자체 기술과 문화로 독자적인 PT를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면 지속가능성 면에서 전 세계에 더 유익할 것이라는 반응은 상당히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초임 사무관 시절 근무한 인연을 언급하며 부산에 애정을 보인 김 의장은 엑스포 유치가 부산 대도약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부산은 해안과 붙은 큰 산 등 지형상 개발 여건이 좋지 못하다. 월드엑스포 같은 큰 행사를 통해 가덕신공항 등 교통 체계를 확충하고, 여기에 현재 강서구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 등의 기술을 접목하면 도시의 모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올 초부터 선거구제 개편, 개헌 어젠다(의제)를 연이어 띄워 올리는 등 정치 제도 개혁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선거제 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전원위원회 개최’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300명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통해 선거법에 의원 합의를 이끌어 내려 한다”며 “정개특위에서 제시한 복수의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집중·숙의 토론해 전원위원회에서 하나의 안으로 도출할 예정이다.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4월 안에 선거제 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진영 정치의 심화와 이로 인한 ‘팬덤 정치’가 극단화되는 양상에 우려도 표출했다. 그는 “현행 선거제도에 따른 승자독식의 극한대립 정치의 폐해로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가 극명하게 나타나 걱정”이라며 “국회의원 개개인은 각자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만큼 진영과 팬덤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극도로 분열하는 상황과 관련,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는 건 당내에 그만큼 의원들의 고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며 “이 대표가 이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선택과 판단을 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만 언급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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