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린 자금마저 ‘썰물’… 투자 위축에 부산 스타트업 ‘조마조마’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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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후폭풍

투자 경색 등 장기적 악영향 전망
고금리 탓 투자처 전환 빨라져
업체도 성장보다 단기 수익 치중
초기 스타트업 업체 특히 위태
악재 지속 땐 창업 위축 우려도
“부산시 펀드 출자 비율 높여야”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 예금자들이 줄을 서 있다. SVB 파산 이후 이날부터 예금 인출이 가능해졌다. UPI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 예금자들이 줄을 서 있다. SVB 파산 이후 이날부터 예금 인출이 가능해졌다. UPI연합뉴스

“운 좋게 끝물에 잘 올라탄 것 같습니다. 아직 공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프리A에서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무사히 끝냈는데, 당분간 투자사들은 투자를 대폭 줄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부산의 A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베타 서비스를 출시할 때 받는 투자 라운드를 프리A,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히 구축하려는 스타트업이 받는 투자 라운드를 시리즈 A라고 하는데, 스타트업 투자 초기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대표되는 3고 현상,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경색되고 있다. 부산의 스타트업에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투자 ‘혹한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대세다.

업계에서는 SVB 파산이 당장 부산 스타트업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강석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 사무국장은 “금리가 높아지다 보니 스타트업에 몰렸던 자금이 다른 투자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부산 스타트업이 평가받는 기준이 성장 잠재력보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되다 보니 예전처럼 기업 몸집을 키우기보다 당장 수익 전환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스타트업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투자 경색 때문에 구조조정에 나서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처럼 기업 규모를 키우는 대신 지출이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부산 스타트업 업계에는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안진범 단디벤처포럼 사무국장은 “투자사들이 기존에 투자했던 스타트업이 좋은 실적을 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또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돼야 하지만 대내외적인 이유로 기존 기업이 실적을 못 내면 새로운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부산의 경우 특히 프리A에서 A 라운드 투자로 가려는 초기 스타트업이 특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이제 막 창업한 기업은 정부 창업 지원 패키지 지원을 받고,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5억 원 이하의 시드, 프리A 라운드 투자까지는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이후 단계라는 설명이다. 만약 앞으로 SVB 사태 같은 대외적인 악재가 계속 이어진다면 지역에서 창업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업계는 SVB 파산 사태가 부산에 당장 영향을 주기보다 금융권에 부정적인 신호를 줘서 전반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간접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본다.

부울경 특화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예전 라임·옵티머스나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를 돌아보면 금융권은 기존 투자를 재평가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투자에 인색해졌다”며 “SVB 사태가 부산 스타트업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금융권에 이 같은 심리적 영향이 확산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대외적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펀드 출자 비율을 높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대표는 “부산시의 전체 예산 대비 펀드 출자 비율은 부산보다 작은 시도보다 확연히 낮다”며 “부산시가 나서서 펀드 출자 비율을 늘리고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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